오피니언 사설

[사설] 고객 입장 무시하는 은행시간 단축발상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은행 업무마감 시간을 현재 오후4시30분에서 3시30분으로 한 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노조는 은행원들의 업무량이 너무 많아 과로사가 잇따르는 등 노동강도가 커져 업무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은행업무 특성상 마감시간이 지나더라도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저녁8시를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는 등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융노조의 업무시간 단축 추진방침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격앙돼 있다. “은행 업무시간이 다른 공공기관이나 기업체보다 짧아 은행업무 처리하기가 불편한데 마감시간을 또 줄인다니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어제 금융노조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항의로 불통되는 등 하루 종일 홍역을 치렀다. 은행원들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금융노조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직원 수는 크게 줄고 업무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할 문제이지 특정 부문의 절대적인 평가는 의미가 없다. 또 업무량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중하다면 인력을 증원해 풀어야지 업무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곧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업무량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일찍 문을 닫겠다는 것은 집단이기주의에서 나온 발상이다. 금융노조는 근무시간 단축이 민감한 사안이라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사용자 측 대표인 은행연합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고객의 불편이나 희생을 담보로 한 자기이익 확대는 결코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업무량이 과다하다는 금융노조의 주장은 인력활용의 비효율성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무분석을 통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진 만큼 근무환경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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