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7월 24일] "IMF 때보다 더 어렵다"

IMF가 다시 오는 것일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10년 전의 IMF 때와 비슷한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는 다락같이 뛴다. 소비는 바짝 위축되며 중산층은 물론 고소득층까지 지갑을 닫고 있다. 재고는 쌓이고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한다. 반액세일 등 판촉행사도 부쩍 늘어난다. 제조업체들 사이에는 감원과 감산이 줄을 잇고 있다. 아파트는 물론 공장들도 매물이 홍수를 이룬다. 종일 손님을 기다리지만 마수걸이도 못하는 음식점이 태반이다. 매출이 오르지 않아 월세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보증금을 까먹고 거리로 나앉은 자영업자들도 부지기수다. 해외에 유학을 보냈던 자식들을 귀국시키는 가정도 늘고 있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군입대를 서두르는 젊은이들도 늘어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문제 “IMF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IMF 때보다도 더 힘들다”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정부 당국자들의 입에서도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소리가 나왔다. 대통령도 최근의 경기침체를 ‘국난적 위기상황’이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지금은 IMF 때보다 더 어려운 게 아닌지 모르겠다. 10년 전 IMF 때와 달리 지금은 ‘희망’마저 찾기 어렵다. 희망이 없으니 앞날이 더 암담하게 느껴진다. 창졸간에 당한 환란 때만 하더라도 정부와 국민이 위기를 극복하자며 똘똘 뭉쳤었다. 당시에는 대통령도, 낙도의 어부도, 산골짜기의 농부도 모두 한마음 한뜻이었다. 그래서 호환(虎患)보다도 더 무섭다는 외환위기를 단시간에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열정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IMF 학습효과도 컸을 듯하다. 금을 모으고 장롱 속 달러를 꺼냈지만 서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줄어든 일자리와 얄팍해진 월급봉투, 빈부격차 확대뿐이었다. 기업은 재무구조 개선 등으로 살이 쪘을지 몰라도 개인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말았다. 다시 금 모으기와 같은 국민적 운동을 벌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10년 전과 달리 지금은 세금폭탄까지 터졌다. 고가 주택 소유자는 물론 과표현실화로 서민들의 세금도 늘어 국민적 고통이 커지고 있다. 평생 모은 재산이 집 한 채인 월급쟁이나 은퇴자들은 세금을 내기 위해 자기집을 전세주고 싼 집으로 이사하는 기막힌 일도 일어나고 있다. 개인부채는 500조원에 육박하는데 금리는 계속 뜀박질하고 있다.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밤잠을 설친다. 적금과 보험을 깨 은행 빚을 갚는 등 막판까지 버텨볼 요량이지만 상황은 갈수록 꼬이기만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보니 사는 재미도 없다. IMF 징후는 갈수록 짙어가고 백성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데 새 정부는 5개월이 지나도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무능과 대안부재는 희망은커녕 국민을 절망케 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경제실패에 넌더리가 난 민의는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새 정부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잇따른 인사와 정책 실패는 물론이고 국정에 대한 원칙과 철학도 없어 보인다. 정책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고 해법이라고 내놓은 것도 대부분 임기응변이다. 희망과 믿음 주는 정부 돼야 더구나 잦은 정책혼선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경제에서 불확실성만큼 나쁜 것도 없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정책노선을 분명히 하고 일단 결정한 정책은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는 듯한 인사쇄신도 요구된다. 패장(敗將)은 전장에 다시 내보내지 않는 법이다. 정책실패가 명백한 사람은 즉각 교체하는 게 마땅하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와 국민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희망만 있다면 극복하지 못할 위기나 역경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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