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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을 골자로 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내 놓으면서 '금융위 해체론'이 금융권의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당사자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금융 시장과 산업을 안정시킬 수 있는 체제가 정비돼야 한다. 금융감독 역시 금융행정체제의 일부로 역할을 하는 게 맞다"면서 해체론을 공박했다. 그는 특히 "현재 금융감독원의 업무인 금융검사와 감독을 공무원이 아닌 민간에서 하는 것은 이례적인 케이스"라면서 "검사ㆍ감독은 행정권이고 공무원이 담당하게 돼 있다.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금융감독체계 개편' 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경제정책ㆍ예산ㆍ세제ㆍ금융 등을 조합하기 나름"이라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금융감독 체계만 가지고 논의하면 행정체계 전체의 윤곽이 헷갈리는 만큼 행정체계 전반에서 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 금융위 해체 반대 "현행 체제가 이상적"=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금융행정기능을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위기 대응에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상적 방식'으로 현행 체제를 꼽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독립적인 금융행정기구인 금융위가 있어 좀 더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캠프에서 제기된 '금융위 해체' 방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유럽은 물론 세계 경제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를 지키고 금융 시장ㆍ산업 체계를 제대로 정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여러 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금융감독이 아닌 금융행정체계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며 "정부 조직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경험을 고려해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이나 국고관리 기능을 금융위로 넘기는 방안에는 즉답을 회피했다. 대신 "이들 기능도 금융에 상당한 기능이 있다. 어떤 방식이 바람직한지는 앞으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는 시대적 과제"라며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금융위ㆍ재정부 통합, 금감원 2개로 분리해야"=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재정부와 금융위를 통합하고 금감원은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원 교수는 현재의 금융감독체계에서는 ▦금융ㆍ감독 정책의 통합 운영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상충 ▦금융업계와의 유착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모두 가지고 있는 탓에 소비자 보호가 뒷전으로 밀리는 각종 문제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원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감독의 가장 큰 과제는 과거 산업정책 수단으로 금융이 활용되던 시대의 '관치금융' 폐해를 차단하는 것"이라면서 "(금융위의)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분리하고 금융위는 재정부로 합쳐 국내외 금융정책을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소위 '모피아'를 중심으로 한 재경관료의 인적 네트워크가 존재하며 이들이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동시에 장악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쌍봉형(Twin Peaks)'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감원 내에 두고 있는 현재의 체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 교수는 "금융소비자 보호기구가 금융회사들로부터 감독분담금을 받는 금감원 내에 준독립기구로 설치되면 본연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