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 열기는 약(藥)인가 독(毒)인가`
전세계 300여개 금융사가 회원사인 워싱턴 소재 국제금융연합회(IIF) 등이 이머징 마켓 투자 열기에 대해 최근 경고하고 나선 것은 해외 투자가들의 이머징 마켓 선호가 리스크에 대한 관리 없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머징 마켓에 대한 열기가 식으면서 유입된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때 발생하는 시스템 붕괴다. 특히 최근 아시아 정부들은 해외 투자자들의 이머징 채권 선호를 일종의 기회로 활용하며 대규모 외화표시 국채를 발행, 거품 붕괴 시 직면하게 될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해외 투자자금 유입이 펀더멘털보다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 자금이 빠져나가는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이머징 마켓에 순유입된 자금은 1,875억달러로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 들어서도 이같은 자금 유입은 지속되고 있다.
◇이머징 마켓 버블 가능성=IIF의 찰스 달라라 소장은 “폴란드나 필리핀, 베네수엘라 등의 경우 해당국 경제가 스태그네이션 혹은 침체에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산 가치가 급속도로 높아졌다”며 최근 이머징 마켓 투자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머징 마켓의 기초 체력에 문제가 생기거나 경제 회복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또 한번의 금융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중국 내 경기 과열과 금융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 역시 아시아 자산 버블 가능성의 배경이 되고 있다.
버블 가능성은 채권과 주식 모든 부문에서 제기되고 있다. IIF의 경우 미국의 저금리 기조로 높은 수익률을 쫓는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대한 고려 없이 이머징 채권 시장으로 대거 눈을 돌리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이와 별도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5일자에서 다음 거품 붕괴는 지난 해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 환율 방어 어려움 가중= 아시아 내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는 해외자금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환율 방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 달러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통화 가치 절상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여오고 있다. 그러나 이머징 마켓 자산에 대한 선호와 추가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며 몰리고 있는 해외 자금은 이러한 중앙은행들의 노력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FT는 “외국 투자자금이 계속 밀려드는 상황에서 아시아 각국의 환율 방어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며 “당분간 아시아 통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