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산업이 흔들린다] 기업미래ㆍ위기극복엔 무관심

국제 투기자본의 파상적인 공세에 국내 산업 자본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월말 최악의 한계상황에 처한 LG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4개 채권단이 모인 자리에서 대부분의 은행들이 `카드발 제2의 신용위기`를 우려하며 해법찾기에 골몰했지만 한미은행과 외환은행은 `시장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앞세워 유동성 지원을 거부했다. 당시 채권단 공조를 거부했던 한미은행(대주주 칼라일)과 외환은행(대주주 론스타)은 불과 1개월뒤 경영권이 바뀌었다. 기존 대주주인 칼라일과 론스타는 이 거래로 각각 7,000억원, 1조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이익을 챙긴채 유유히 사라졌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은 단기차익에만 혈안이 된 투자펀드 속성상 시장안정에는 애초 관심이 없다”며 “정부의 다급한 사정을 이용, 지원을 거부한 뒤 과실만 챙긴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해외 투기 자본은 기업의 미래 성장성 확충이나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은 도외시한 채 지나친 고배당 요구와 경영권 분쟁을 통한 주가 띄우기 등으로 금융ㆍ산업 등 전방위에 걸쳐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머니 게임`이 금융은 물론 제조업 부문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 국내법의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 SK㈜ 지분을 획득한 뒤 SK 그룹과 경영권 벌이고 있는 소버린자산운용이 대표적인 경우다. 소버린은 지난해 지분 취득 목적으로 `수익창출`을 공시했으나 이사회 교체를 요구하는 등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소버린이 지주회사인 SK㈜를 장악할 경우 국내 최대 정유ㆍ이동통신사와 함께 자산 50조 규모의 SK 그룹이 넘어가게 된다”며 “SK텔레콤 지분을 획득한 뒤 기업투명성을 외치다 1조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나간 `타이거 펀드` 사태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로 국내 기업들이 대거 해외 매각된 이후 외국인들의 `과실 빼먹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이 배당 등으로 벌어들인 직접투자소득은 20억4,800만 달러에 달한다. 특히 최근 4년간 외국인 직접투자소득은 총 67억3,900만달러로 지난 80~99년 20년간의 48억4,500만달러를 훨씬 앞지른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는 절대선`이라는 IMF 시대의 논리를 버리고 총액출자 제한규제를 푸는 등 외국자본과 국내자본간 `균형`을 갖춰나갈 때라는 지적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대안연대 정책위원인 이찬근 인천대 교수는 “최근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금융자본에 일자리 창출이나 기업의 중장기 발전, 투자 확대 등 순기능을 기대하기 것 자체가 잘 못”이라며 “재벌체제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 한국적 대안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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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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