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펀드, 깐깐하게 고르자

“적금은 이자가 고정돼 있고 신탁(펀드)은 수익률이 오르는데 하나 가입하시겠어요?” 최근 S은행을 방문해 장기주택마련 저축상품을 찾다가 펀드를 소개받았다. 창구 여직원의 설명은 위의 단 한마디. 한참을 기다려도 더 말이 없길래 어떤 펀드냐고 물으니 그제야 “M운용사 펀드인데 괜찮은 상품”이란 답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가입할지 말지 선택하라고 한다. 수수료ㆍ세금은 커녕 흔해빠진 과거 수익률도 내놓지 않는다. S은행은 이 펀드를 단 한번 팔아놓고서는 매년 고객들에게 적립금의 1.04%를 수수료로 떼간다. 1,000만원을 넣었다면 여직원의 위 한마디를 들은 값으로 매년 10만4,000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장기투자를 표방하는 한 자산운용사의 대표는 “은행권의 막무가내식 판매 행태가 걱정돼 아예 증권사 1곳만 골라 그곳에서만 내가 만든 펀드를 판매하도록 했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이 증권사도 미덥지 못했던지 그는 전지점을 찾아다니며 창구 직원들에게 펀드의 성격을 설명한 뒤 제발 적절한 고객만 가입시켜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펀드와 같은 수익형 금융상품처럼 신경 쓸 것이 많은 제품도 없다. 수십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맡겨놓지만 자칫 원금의 상당액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다. 그러나 펀드 판매처에서 내놓는 정보는 동네 슈퍼마켓보다도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판매직원의 이름을 적어 책임소재를 명시한 ‘판매실명제’가 도입된다지만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펀드 구입시 ‘본인은 충분한 설명을 들었으니 책임 여부는 본인에게 있습니다’는 항목에 반강제적(?)으로 서명하는 순간 책임은 판매 창구의 손을 떠나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결국 ‘소비자 행동주의’밖에 없다. 판매 창구를 찾아 당당히 운용사, 펀드매니저 성향, 수수료와 세금 체계, 수익률을 꼬치꼬치 따지고 캐묻고 요청해야 한다. 판매직원이 짜증이라도 낸다면 “수십, 수백만원의 판매수수료를 떼가려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호통도 쳐야 한다. 필요하다면 한국소비자보호원(02-3460-3000)에 불완전 펀드 판매에 대한 신고도 해야 한다. 깐깐한 소비자가 있어야 소비자를 무서워할 줄 아는 깐깐한 서비스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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