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법인세 인상과 대기업 규제 강화 등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건의서를 정치권에 보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위기 극복과 지속성장을 위한 정책건의’라는 제목의 건의문을 주요 정당 등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건의문은 우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발 재정위기가 이어지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금융ㆍ부동산ㆍ가계부채 등 내부적 불안요인도 산재해 있어 우리 경제가 위기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인 위기요인으로는 ▦대외경제여건에 취약한 경제구조 ▦저성장의 고착화 ▦산업생태계 불균형 ▦시장경제시스템 약화 ▦사회갈등 심화 등을 꼽았다.
이어 건의문은 위기 극복을 위한 28개의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향후 선거공약 및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형성에 적극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한상의는 우선 조세분야에서 법인세 인상 자제와 기업 배당금 및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이중과세 해소를 주문했다. 특히 법인세 인상은 최근 주요국들이 법인세 인상을 자제하는 국제 흐름에 역행하고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 과세 및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신설 등은 이중과세에 해당하므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분명히 했다. 대기업 규제 강화는 반기업정서를 조장하고 경제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최근 논의 중인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 등 새로운 대기업 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경제력 집중 등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규제를 받는 경제계와의 소통이 필수적인 사항을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면서 학계ㆍ연구계ㆍ산업계 등과 진중한 연구 및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건의했다.
노동분야에서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타임오프제 도입,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등 그 동안 이룬 노동개혁의 성과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책일관성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또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해 비정규직 규제 완화와 파견대상업무 확대 등을 요청했다.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복지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복지보다는 재정여건을 감안한 ‘생산적 복지’를 강조했다. 교육 및 근로와 연계된 복지의 질 제고가 우선돼야 하며 취약계층의 교육기회 확대, 직업상담ㆍ직업훈련 등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학습복지 등 복지와 교육ㆍ고용이 연계된 복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대한상의는 내수 확대를 위한 관광ㆍ의료ㆍ교육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와 분양가 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 취득세 인하 등을 통한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제안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경제활력을 진작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이번 건의서가 정치권의 공약수립 과정에서 국가경제 발전의 청사진을 발견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