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30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김재수 전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 현대관계자를 소환 조사함으로써 청와대 국정원 산업은행 기업의 주요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이제까지의 수사에서 특검팀은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를 구속한데 이어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긴급 체포해 구속 수감했다. 남은 수사대상자는 박지원ㆍ한광옥씨 등 두명의 전 청와대비서실장 선으로 좁혀진 셈이다.
대북송금의혹사건의 수사핵심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현대상선이 북에 보낸 4,000억원이 사업대가냐 정상회담 대가냐를 가리는 문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송금의 성격은 그처럼 명쾌하게 가리기가 힘들게 돼 있다.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의 정몽헌 회장이 “대북송금이 결과적으로 남북정상회담에도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한 말 그대로다.
그렇더라도 송금 주체가 어디냐에 따라 어느 쪽의 비중이 더 큰 가 하는 것은 가려질 수 있는 문제다. 이근영씨와 이기호씨에 대한 구속방침으로 미루어 특검팀이 송금주체로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기호씨는 특검수사에서 “현대그룹이 무너지면 국가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었으며, 채권단 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현대에 대한 자금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근영 당시 산은 총재에게도 현대그룹에 대한 대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근영씨는 이것을 청와대의 뜻으로 알고 현대에 대한 대출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기호씨의 주장이 타당성을 갖기 위해선 산업은행에서 나간 대출금이 수익성이 있는 사업에 투자자금으로 쓰이거나 채무를 갚는데 쓰였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은행 대출금은 즉시 또 고스란히 북한으로 넘어갔다. 정부와 현대는 현대의 대북사업 이권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했으나 수익성이 없는 대북사업으로 현대그룹은 당시 이미 위기 상태였다. 중단 또는 축소해야 할 사업에 거액의 낭비성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현대그룹의 경영은 더욱 어려워져 결국 해체됐고, 국가경제에 심각한 주름살을 지게 했다. 이 같은 무리한 결정을 현대가 자발적으로 했겠느냐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적인 쟁점이다.
이제까지의 수사 내용으로 볼 때 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품고 있던 의문들은 대체로 짚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남은 절반의 수사기간 동안 나머지 부분에 대한 수사도 차질 없이 수행돼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책임소재도 밝히며, 남북관계도 보다 투명하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