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줄기세포 원천기술 빼앗길 위기"…영국 연구 허용

영국 "파킨슨병등 치료 도움" 허용, 한국은"잡종인간 탄생할라" 금지<br>생명윤리법 개정안 국회 통과…연말부터 시행<br>



■ 異種間 핵이식 연구
#상황 1 영국 하원은 지난 19일 동물 난자에 인간 유전자(DNA)를 넣은 '이종(異種) 배아'를 만들어 줄기세포를 만드는 연구를 허용하기로 했다. 인공수정ㆍ배아법을 개정하면서 보수당 에드워드 리 의원이 제안한 '이종배아 제조금지 조항 도입안'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인 표차(336 대 176)로 부결시킨 것이다. # 상황 2 서울대가 지난 2005년 세계 최초로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킨 이병천 교수팀의 기술을 바탕으로 동물복제 사업을 하려다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로슬린연구소 측의 특허권 침해 소송 위협에 사업철회 위기를 맞고 있다. 』 우리나라 생명공학계 입장에서 보면 부럽고 불행한 소식들이다. 우리 국회는 16일 ‘이종간(異種間) 핵이식’을 완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종간 핵이식 금지 등 대부분의 조항은 올 연말(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현행법은 사람 난자에 동물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배아를 만드는 이종간 핵이식을 금지하고 있지만 동물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배아를 만드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새 생명윤리법은 인간복제 실험과 ‘잡종인간’, ‘키메라 인간’을 탄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금지대상에 추가했다. ◇한국은 금지, 영국은 허용= 그런데 영국 하원은 우리와 달리 동물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연구목적으로 배아를 만드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종교계와 보수당ㆍ노동당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든 브라운 총리를 비롯한 법안 찬성론자들은 “파킨슨병 등을 치료할 수 있게 하는 줄기세포 연구에 도움이 된다”며 법안 처리를 관철시켰다. 줄기세포란 근육ㆍ뼈ㆍ내장ㆍ뇌ㆍ피부 등 신체 각 기관ㆍ조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원시단계의 세포를 말하며 ‘만능 세포’라고도 한다. 이와 관련, 김동욱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연세대 교수)은 “동물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를 이식하는 방식의 이종간 핵이식 연구가 허용돼야 복제 관련 기술수준과 수율을 높일 수 있어 연구자들이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영국은 이를 허용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줄기세포주 이용 규제는 완화= 새 생명윤리법은 줄기세포주 이용에 관한 규제완화 등 긍정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우선 배아줄기세포 연구범위를 확대했다. 현재 줄기세포 연구범위는 불임치료 및 희귀ㆍ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로 제한돼 있지만 앞으로는 질병치료 일반, 줄기세포의 특성 및 분화에 관한 기초연구로 범위가 확대된다. 연구가 진척되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줄기세포주 연구에 대한 규제도 합리화된다. 현행법은 다른 기관ㆍ연구자가 만든 배아줄기세포주로 줄기세포 연구를 할 때도 배아 연구기관으로 등록하고 연구계획에 대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새 법이 시행되면 이 같은 절차 없이 내부 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의 심의만 거치면 된다. 생명윤리심의위 위원수를 현행 ‘5~9인’에서 ‘5인 이상’으로 고치고 단과대ㆍ진료과 마다 따로 구성하지 않고 통합운영할 수 있게 한 점, 기존의 임상 IRB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환영받고 있다. 새 법은 또 수립된 배아줄기세포주를 복지부 장관에게 등록하게 하고 국가가 검증과정을 거쳐 공인하도록 함으로써 관리체계의 투명성ㆍ윤리성을 높이고 검증비용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배아줄기세포주 등록ㆍ제공ㆍ이용에 관한 조항은 오는 2010년부터 시행된다. ◇유전자은행 지원근거 마련=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유전자은행’ 운영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유전자은행은 수집한 유전정보 등을 익명화해 보관ㆍ관리하도록 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도 강화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혈액ㆍ혈청ㆍ조직ㆍ세포ㆍ유전자 등 예측ㆍ맞춤의료와 혁신적 신약 개발의 핵심 인프라인 인체자원의 체계적 관리, 연구ㆍ이용 활성화를 위해 ‘코리아 바이오뱅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질병관리본부(중앙은행)와 6개 지방 거점 대학병원(거점은행), 유전자은행 허가를 받은 수도권 2개 병원(협력은행)을 중심으로 인체자원 확보, 유전정보 분석, 연구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올해에만 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형민 포천중문의대 교수는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들은 ‘국가 줄기세포은행’을 중심으로 배아줄기세포를 어떻게 만들고 검증ㆍ유지ㆍ배양할 것인가 등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나 기관은 아직 이 같은 논의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새 생명윤리법에 지원근거가 마련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관련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교수는 또 “2년 전만 해도 배아줄기세포 치료제가 상용화되려면 10년은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올해 안에 척추손상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허가할 것으로 예상돼 그 시기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황우석 사태’ 이후 배아줄기세포 분야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과 국민적 인식이 매우 인색해져 자칫 관련 시장과 원천기술을 선진국에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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