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략물자 통제에 구멍 '충격'

한국산 시안화나트륨 中거쳐 北반입<br>'북한에 들어간 것 없다' 거짓 드러나<br>밀수출 잇달아 '더 이상 없다' 장담못해

화학무기의 원료로 전용될 수 있는 시안화나트륨(NaCN)이 국내에서 생산돼 제3국을 거쳐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더욱이 지난 3년간 전략물자 불법수출 적발사례가 모두 4건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전략물자 통제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이중 3건이 시안화나트륨의 불법수출이다. 국산 시안화나트륨이 북한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해온 정부도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문제는 시안화나트륨이 수출허가도 없이 거래됐다는 점. 시발점은 국내 모업체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총 107톤의 시안화나트륨을 허가 없이 중국 단둥(丹東)의 Y사로 수출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Y사는 이를 북한의 B무역상사로 재수출했다. 만약의 경우 우리 머리에 쏟아질 죽음의 가루를 판 셈이다. 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지난달 말레이시아 E사가 북한에 수출한 총 40톤의 시안화나트륨 가운데 한국산이 15톤 가량 포함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또 지난해 5월 국내의 다른 모 업체가 타이로 수출한 시안화나트륨 71.2톤이 북한으로 반출되려다 사전에 타이 정부에 의해 적발, 국내로 환수된 적도 있다. 밝혀지지 않은 밀수출이 얼마나 더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략물자 불법수출 사례가 잇따르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체제 때문으로 지적된다. 9ㆍ11사태 이후 국제적으로 테러나 대량파괴무기 관련물자의 교역을 막기 위해 통제체제를 강화해왔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등한시했다. 전략물자 수출통제 업무를 미국의 경우 상무부에서 523명, 일본은 경제산업성 등에서 147명, 영국은 수출통제조직으로 150명이 담당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산자부 전략물자과 직원 8명만이 업무를 맡고 있을 뿐이다. 최근 북한 개성공단으로의 컴퓨터 등 첨단장비 반출 논란이 일면서 정부는 지난달 말 한국무역협회 산하에 전략물자무역정보센터를 설립하는 등 뒤늦게 ‘외양간 수리’에 나섰다. 산자부는 전략물자의 제3국 경유 불법수출을 막기 위해 내년 2월까지 전략물자 수출입 관리정보시스템을 구축, 수출제품의 전략물자 해당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전략물자에 대한 허가심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영주 산자부 무역유통심의관은 “전략물자에 해당되는 품목이 워낙 많고 내용이 복잡해 최종 사용자를 모두 확인하기가 어려웠다”며 “무역업체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실효성 있는 수출통제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안화나트륨(NaCN, sodium cyanide) 은 금제련, 금속도금 및 제초제의 원료 등 산업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화학물질. 다만 가공할 경우 화학무기인 신경작용제 ‘타분’이나 혈액작용제 등을 만들 수 있어 생ㆍ화학무기수출통제체제인 호주그룹(AG)에 의해 수출통제대상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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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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