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고유가 악재 속에 쇠고기 수입, 교육 문제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단기성과에 집착한 이른바 ‘빨리빨리’식 정책 추진으로 국민과의 소통문제가 발생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의 사태를 거울삼아 공기업 구조개혁 방안도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제 살리기를 누가 반대하랴마는 공기업 구조개혁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가, 국가경제에 나쁜 영향은 미치지 않는가, 국민이 납득할 만큼 충분히 논의가 됐는가 등 사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간에 쫓기듯 서둘러 끝내버려도 될 만큼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선 공기업 구조개혁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단순히 선언적인 효율화ㆍ민영화를 제시하며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정말로 개혁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법인지 진지하게 논의한 후 추진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 무엇보다 공기업의 설립목적과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진행해야 한다. 물론 시장에 경쟁체제가 형성돼 있고 더 이상 공공 부문이 간섭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공기업으로 계속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또 주지할 점은 전체 공기업 개혁이 정부조직 개편처럼 일시에 진행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공기업도 기업인 만큼 해당 기업의 시장상황에 맞춰 상시적 개혁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정권 초기에 못 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시간에 쫓기듯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원유ㆍ원자재ㆍ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국내외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경제 문제에만 전력해도 부족한 마당에 사회적 갈등과 소모적 논란을 가중시킬 공기업 민영화ㆍ통폐합은 정책의 중심에 나올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정부ㆍ민간기업ㆍ공기업이 합심해 해외자원 확보, 일자리 창출 등 국가 성장동력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영화ㆍ통폐합ㆍ효율성의 이면에는 가격상승 요인과 각 기업의 이해가 숨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 거론되는 대한주택공사ㆍ한국토지공사 통폐합은 두 공사가 주거안정과 기업기반 조성에 직접적인 영향이 큰 만큼 각각의 설립목적과 시대적 필요, 미래의 역할, 택지개발 민간참여시 개발이익의 사유화가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기업 내 찬성과 반대 의사를 떠나 주공과 토공의 통합 논의는 사실 이미 시기가 지났다는 생각이다. 기업 규모와 재무 구조로 보아 통합의 효과는 미미한 반면 기업 리스크는 커 보인다. 또 지금처럼 건설 및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각 기업이 본연의 설립목적에 충실하는 한편 과감한 내부개혁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 해나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구조조정 방안일 수 있다. 통합을 하지 않고서는 효율성을 꾀할 수 없는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과거 정부가 하지 못한 일을 이번 정부는 해낸다는 성과의식에 집착하면 공기업 구조조정 본래의 목적이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국가는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며 사회적 승자만 존재하는 시장판도 아니다. 국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엄한 가치를 갖고 살아가는 역사의 장소다. 사막의 낙타는 천천히 가기에 무사히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천천히 가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주위를 둘러보는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