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살고 싶은 어촌

필자가 태어나서 자란 곳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우는 통영이다. 나라 전체가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바다에서 올라오는 온갖 해산물 덕택에 배가 고팠다는 기억보다는 만선 포구의 펄떡이던 생명력이 눈에 선하다. 통영은 이제 도시가 다 돼버렸지만 조금 떨어진 어촌에만 가봐도 거주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노령화돼간다. 요즘 들어 고향을 방문할 때면 가슴이 답답하다. 도시와 비교되는 상대적 불편함 등은 논외로 하더라도 UN해양법 협약으로 어장이 축소되고 어족자원은 줄어들고 몰려오는 저가의 수입 수산물은 어촌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복잡해질수록 도시에서 탈출해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곳에서 삶의 고단함을 잊어보고자 하는 욕구는 강해지는 법이다. 우리나라도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관광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 국토는 11,914㎞의 아름다운 해안선, 3,170개의 섬과 세계 5대 갯벌이라는 천혜의 바다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 도로ㆍ숙박시설 등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갯벌체험 등 독특한 어촌문화와 아름다운 풍광을 잘 이용한다면 어촌의 잠재적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동안 정부는 어업에만 의존하는 어촌을 사람들이 찾아오는 다기능 어촌으로 변모시키는 어촌개발사업, 체험마을 조성, 도ㆍ어 교류 추진, 바다여행 포털시스템(www.seantour.com) 운영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성과가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소규모의 산발적 개발보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해역별 특성에 맞는 광역어촌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병원ㆍ학교 등 기본적 주거시설뿐 아니라 각종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관광ㆍ휴양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갖춘 살고 싶은 어촌을 만들어나가야겠다. 최근 모 음료수 광고의 배경으로 등장한 바다와 하얀색 작은 집들이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 외국의 어촌마을을 보면서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그곳 못지않은 어촌마을이 곳곳에 들어서 여름휴가 때는 외국보다 우리 어촌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자매지인 세계적 투자전문지 배런스(Barron's)가 선정한 살기 좋은 세계 7대 도시 중 6개가 해변도시이며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를 비롯한 세계적 첨단 연구단지들이 바다를 접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바다와 바다에서 여가를 즐기는 여유로운 사람들과 연구소 등 다양한 시설이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룬 우리 어촌마을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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