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2월 8일] 증권사 대형화-전문화 '동상이몽'

대형ㆍ중소형 증권사들과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대형화ㆍ전문화를 둘러싸고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정부는 7일 '금융선진화를 위한 비전 및 정책 과제'를 발표, 과제 1순위로 대형화와 전문화를 꼽았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열린 금융투자협회 주최 자본시장 국제세미나에서도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대형화와 전문화를 부르짖었다. 대형화ㆍ전문화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업계의 최대 화두다. 두 방향이 자본시장업계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 것으로 치면 벌써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대형화도, 전문화도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는 데 대해 증권업계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대형 증권사들은 틈날 때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덩치를 키워야 하고 정부도 규제를 더 풀어 신규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M&A) 등으로 대형화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형사들의 의견은 좀 다르다. 소형사의 한 임원은 "대형사들이 입으로만 중소형사들의 전문화를 말할 뿐 실제로 전문화할 '틈'은 주지 않는다. 대형사들이 이미 모든 영역에 침투해 있는 상황이라 우리도 전체적으로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도 "IPO 등 IB업무 관련 배분에서 제도적으로 중소 규모의 증권사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 증권사는 말만 많고 규제해제의 이익만 노릴 뿐 M&A나 덩치를 키우는 데 무관심하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영역보장을 요구하거나 문어발확장이라는 대형사 흉내내기에나 관심 있지 전문화는 뒷전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주요 그룹의 계열사로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는 M&A에 따른 대형화나 수렴현상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불가피론을 설파했다. 급변하는 경제흐름을 감안할 때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과 증권사의 대형화ㆍ전문화를 위해 개혁의 주체들이 시장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나 관련 연구기관도 시시때때로 당위성만 언급할 게 아니라 구체적이고도 실천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필요하면 중간에서 거중조정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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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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