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2월 25일] 실업대란 대책에 빈틈없어야

노동부의 내년 업무보고는 크게 실업대책과 노사안정화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수출 증가율 제로에 마이너스 성장까지 거론되면서 실업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고용안정 목적으로 5조4,484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실직자의 재취업 지원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했고 100만명에 이르는 대량 실업사태로 번질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러나 아무리 고용유지 지원금과 실업급여를 늘리고 실직자 직업훈련 등을 확대해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줄어들면 고용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취업이 어려운 중장년 여성과 장기실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간병ㆍ가사 등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직접고용 효과가 크므로 당장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결국에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성장동력과 연동된 일자리가 늘어나야 실업률을 줄일 수 있다. 노사안정 대책에서는 그동안 추진돼온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제한기간 연장과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 등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으니 노사정 사이에 견해차가 뚜렷해 난항이 예상된다. 더욱이 노동부는 정규직의 근로조건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초 근로기준법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길 계획이어서 일각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용이하게 하려고 비정규직 해고를 조장한다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새해에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장 내년 7월부터 100인 미만의 영세기업까지 비정규직 보호법을 적용해야 하고 기업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량감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므로 일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의무시점 연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도 정규직 보호에만 연연하지 말고 고통분담 차원에서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에 호응해야 할 것이다. 독일이나 일본 등이 왜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을 없앴는지 따져봐야 한다. 전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는 지금은 일자리의 질도 중요하지만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노사 모두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 나서야 하며 정부는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고용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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