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말 바꾼 간 총리…日 정계 발칵

불신임 표결 반 나절 만에 민주당 내분


자진 사임 약속을 내세워 불신임안 표결에서 살아남은 간 나오토(菅直人ㆍ왼쪽) 총리가 내년 1월까지는 총리직을 내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시사하면서 일본 정계가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간 총리로부터 퇴임 약속을 끌어내 불신임안 표결에서 민주당 내부 표심을 붙잡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ㆍ오른쪽) 전 총리는 간 총리를 향해 ‘사기꾼’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는 등 민주당은 더욱 심각한 내분으로 치닫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간 총리가 지난 2일 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퇴임 시기에 대해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물질 방출이 거의 없어지고 냉온정지 상태가 유지되는 시점”이라고 밝혔으며, 도쿄전력의 로드맵에 따르면 이는 내년 1월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전력이 지난 4월 발표한 후쿠시마 제1원전 냉각 정상화 로드맵에 따르면 원자로가 섭씨 100도 미만의 냉온정지 상태로 유지되는 시기는 오는 10월 중순에서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상된다. 오는 22일로 예정된 이번 국회 회기를 올 12월까지 대폭 연장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오는 9월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에 대한 참석 의지를 엿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간 총리는 퇴임 시기를 명백하지 밝히지 않았다. 이르면 이달 안에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그가 조기 퇴진 가능성을 부인하자 간 총리 퇴임을 전제로 불신임안 표결에서 그에 협조했던 민주당 내 일부 세력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간 총리와의 단독 회동에서 야권의 불신임안에 동조하지 않는 조건으로 간 총리의 조기 사임 약속을 받은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약속한 일은 지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것을 못 하면 사기꾼이다”라며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2일 표결 후 간 총리로부터 2차 추경예산안 조기 편성에 가닥이 잡히면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며 그 시기는 6월 중이 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하토야마 계파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계파 의원들과 손을 잡고 민주당 총회를 열어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 경질과 당 집행부의 전면 쇄신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오자와파에 속한 한 참의원은 “이번 국회 회기 내에 참의원에서 총리 문책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다시 ‘총리 끌어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민당과 공명당 등 야당측도 참의원에서의 문책결의안을 제출하기로 가닥을 잡고 시기 검토에 들어갔다. 자민당의 한 간부도 “부흥기본법안과 이달 말 기한이 끝나는 세제개정관련법안 외에는 이제 어떤 문제에도 협력할 수 없다”며 여야간 갈등 악화를 예고하는 등 일본 정국은 불신임안 부결 반나절 만에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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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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