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중수교 20년 중국과 함께 세계로] <2> 중국인에 의한 중국기업 SK

SK차이나 "뼛속까지 현지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 통했다<br>SK 날개 단 하이닉스… 투자속도 더 빨라져… 올 퀀텀점프 부푼 꿈<br>석유화학 등 주력사업도 체질개선 가시적 성과… 작년 매출 20%이상 쑥

중국 장쑤성 우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클린룸. SK하이닉스는 장쑤성 최대 외자기업으로 중국의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4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一起工作(함께 일하고) 一起吃飯(함께 밥 먹고) 一起喝酒(함께 술 마시자).'

반도체 기업이 집중돼 있는 창장(長江) 삼각주 우시(無錫)의 SK하이닉스 생산라인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이 같은 글귀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또 관리직이든, 엔지니어든 모두 한 식구라는 마음으로 일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구호다.


이 회사는 중국 반도체 시장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지난 2005년 진출한 이래 기술력 제고뿐 아니라 초기부터 영화관ㆍ당구장 등 일할 맛 나는 작업환경을 제공, 직원들에게 중국 최고의 복지 대우를 해주며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는 오롯한 성과로 이어졌다. 중국 내 비메모리 D램 반도체 시장점유율 42%로 1위, 월 15만장의 웨이퍼 생산으로 생산성 1위, 30나노급 D램 생산으로 최고 기술력 보유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장쑤(江蘇)성 최대의 외자기업인 이 회사는 올 들어 제2의 창업에 비견되는 퀀텀점프(대약진)를 꿈꾸고 있다. 한중수교 이전인 1990년부터 중국에 진출해 어떤 그룹보다 중국을 잘 알고 있는 SK가 새로운 주인이 된 것. 생산현장에서 만난 장쥔 공회 주석(노조위원장)은 "SK는 어릴 적부터 장원방(SK 후원 현지 장학퀴즈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돼 친숙하다"며 "인재양성 등 사회공헌활동에 진력해온 SK가 주인이 되면서 회사 분위기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수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유동성 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중국 하이닉스를 만들어왔던 '하면 된다'는 정신 자세와 SK의 든든한 지원, 현지화 경영이 접목되면서 회사 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제2의 도약을 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실제 SK는 하이닉스 인수를 계기로 메모리 분야의 신시장으로 각광 받고 있는 낸드플래시는 물론 비메모리 등 시스템 반도체로의 공격적인 투자를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SK의 하이닉스 인수는 SK가 2010년부터 단행한 중국사업 대수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SK는 일찌감치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지만 통신ㆍ석유화학 등 진입이 만만치 않은 허가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사업구조 특성상 중국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주홍글씨'가 따라다녔다.


SK는 결국 뼛속부터 바꾸는 환골탈태의 작업이 필요하다는 반성을 거쳐 그룹의 중국사업을 통합 실행하기 위한 새로운 조직으로 'SK차이나'를 2010년 7월 출범시켰다. 중국의 관점에서 철저히 세계 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의 하이닉스가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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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차이나를 통해 지난 20년간 각각의 자회사 단위로 분산돼 따로 추진해오던 중국사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하나로 결집했다. 또 철저한 중국의 현지 시각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SK차이나 최고 인사담당자에 중국인을 고용하고 지역별 헤드쿼터를 설립하는 등 현지화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SK차이나 초대 총재로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 사장인 박영호 부회장을 발령해 조직의 위상을 격상시켰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말 "SK차이나가 1년여 동안 만들어낸 변화는 SK가 20년에 걸쳐 중국에서 축적해온 변화보다 거대하다"고 말했다.

조직의 체질변화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2011년 SK의 중국사업 매출액(하이닉스 포함)은 515억위안(82억달러)로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특히 석유사업 중 아스팔트사업의 경우 SK차이나 설립 이후 개질아스팔트 판매액은 2009년 4억8,000만위안(810억원)에서 2010년 21억7,000만위안(3,700억원)으로 1년 만에 4.5배 증가했다. 중국 내 수입 고급 아스팔트 시장의 40%에 달하는 점유율이다.

대표적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분야도 드디어 현지화 노력의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 중서부 지역의 거점인 충칭(重慶)시에 2월 말 중국 최대의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 영국의 석유 메이저인 BP 등과 함께 70억위안을 투자해 중국 내 부탄디올(BDO) 생산설비 중 최대인 연산 20만톤 공장을 만드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BDO는 스포츠ㆍ등산용품 등에 들어가는 스판덱스와 합성피혁 등의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이다.

SK의 변화는 중국 링다오(지도자)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월 수슈린 푸젠(福建)성 성장은 "SK 고유의 ('중국 기업'으로서 중국과 함께 발전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은 비전을 보유한 매우 성공적인 시장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SK는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에 따른 도시화 수요와 친환경 등 미래 신성장전략 산업과 상생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도시개발 ▦문화창의 ▦환경 등의 분야를 미래 신사업으로 설정했다. SK는 또 중국의 기존 사업수행 경험과 전세계 다른 지역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결집하는 '글로벌 오픈 비즈니스 플랫폼' 방식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SK차이나는 오픈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한국의 중견ㆍ중소기업 및 글로벌 기업과 함께 중국의 고객, 기업, 정부가 가진 잠재적 니즈까지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끊임없이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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