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엄마들은 종종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가 록스타를 꿈꾼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엄마라면 꿈을 포기하는 방법까지 배워야 하는 걸까.
영화 '어바웃 리키(사진)' 속 주인공 '리키(메릴 스트립 분)'는 자신의 꿈, 음악에 열정을 바친 여성이다. 그의 진정한 자아는 가정을 꾸려가는 '린다 브러멜'이 아니라 무대를 누비는 록스타 '리키 렌다조'였다. 그래서 가족은 그의 최우선 선택지가 되지 못했다. 만약 리키가 미혼 여성이었다면 능동적인 태도로 꿈을 향해 돌진한다는 찬사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가정이 있더라도 그가 남자였다면 꿈을 향한 이 선택은 어느 정도 존중받았으리라. 하지만 리키는 가족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한다. 그는 엄마였으니까.
물론 엄마의 일방적인 자아 찾기는 가족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혼으로 우울증에 빠진 줄리(마미 검머 분)를 위해 리키는 20년 만에 가족을 찾지만 줄리는 매몰차다. 아들들도 "이제 와서 엄마 행세냐"며 비난하고, 곧 결혼을 한다는 사실조차 마지못해 알린다. 남편의 재혼 상대 모린은 리키가 놓았던 모든 것을 쥐고선 더 이상 이곳에 리키의 자리는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자기 자리로 다시 돌아온 리키는 서글픔을 호소한다. "그래도 애들은 아빠를 존경해요. 하지만 여잔 달라요. 공연 때문에 바빠서 어쩌다 딱 한번 학예회에 빠지거나 이빨 요정 노릇을 깜빡하면 몹쓸 여자가 되는 거예요."
리키가 겪는 고통과 슬픔은 가족 대신 음악을 선택한 것에 따른 당연한 대가일까. 가족과의 짧은 해후 후 리키는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또 한번 괴로워 한다. 사실 리키는 줄곧 이런 죄책감에 얽매여 왔다. 외롭게 사는 것이 자신의 형벌인 양 늦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마저 유예했을 정도니깐.
하지만 가족 대신 꿈을 택한 건 리키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리키로 태어났으니깐. 리키는 실패한 과거를 인정하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 음악을 통해 가족에 다시금 손을 내민다. "전 살림도, 요리 솜씨도 별로였어요. 하지만 전 뮤지션이에요. 그게 바로 저고 제가 줄 수 있는 전부죠. 그래서 그 전부를 주고자 합니다." 과연 가족들이 그의 손을 잡아 주었는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하자.
시종일관 라이브 음악이 흐르는 음악 영화지만 '음악'보단 '드라마'가 좀 더 강렬하다. 물론 음악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기의 신' 메릴 스트립이 노래도 잘 부른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그는 뮤지션 출신 배우들로 구성된 밴드와 함께 멋진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다. 메릴 스트립의 실제 딸인 마미 검머와 연기 호흡을 보는 것도 영화의 숨은 재미다. 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