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완만한 성장 … 유럽리스크 심각"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7일(현지시간) "금융불안이 심화할 경우 미 금융시스템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유럽 상황이 국내 금융ㆍ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면밀하게 관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회의 재정적자 감축 계획에 언급, "강도높은 긴축 재정정책은 (경기)회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달 말 예정된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3차 양적완화(QE3) 등 경기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재닛 옐런 FRB 부의장이 전날 보스턴에서 열린 한 만찬행사에서 "FOMC가 추가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이와 관련해 "만약 (이번 FOMC 회의에서) 추가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결정한다면 당연히 우리는 어떤 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검토할 수 있는 옵션들을 갖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등 시종 `신중론'을 견지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이날 청문회에서 `필요한 조치의 준비'에 대해 "늘 그랬듯이(As always)"라는 단서를 붙인데다 전반적인 경기상황을 낙관적으로 진단했다는 점에서 당장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추가 경기부양책이 자칫 정치적인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연준이 고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버냉키 의장은 "잠재적으로 이런 (부양)조치들이 경기를 부양하고 경제를 지지하는 측면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렇지만 이미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수익체감(diminishing returns)'이라는 요소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혀 추가 양적완화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비쳤다.
수익체감이란 생산요소 투입이 일정수준을 넘으면 투입에 따르는 한계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경제용어다. 추가 경기부양책이 비용 대비 효과가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버냉키는 최근 경기동향에 대해서는 "미 경제는 앞으로 몇개월에 걸쳐 완만한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가계지출이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럽은 미국에 심각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출을 둔화시키고, 기업과 소비자신뢰에 부담을 주고, 금융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 정책결정자들은 금융권을 안정시키고 재정의 틀을 공고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