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계펀드 '대박잔치'

증권사 인수 사모투자펀드 평균 300~400% 수익올려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기관에 투자했던 외국계 펀드가 보유주식을 팔아'대박잔치'를 벌이고 있다. 당시 동서ㆍ고려증권 폐업 이후 휘청거렸던 증권사를 인수했던 사모투자펀드들은 평균 300~400%의 수익률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사모투자펀드의 강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외국계 펀드들의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입질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계 펀드의 '대박잔치'는 서울증권을 인수한 퀀텀펀드가 막을 올렸다. 헤지펀드의 대명사인 조지 소로스가 운영하는 ?텀펀드는 지난 99년 퀀텀 인터내셔널 펀드 등을 통해 전환사채(CB)와 실권주 인수방식으로 서울증권에 675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퀀텀펀드가 지금까지 챙긴 수익은 배당수익 625억원과 지난 3월 중순 모건스탠리딘위터(MSDW)에 판 350만주, 189억원어치를 합쳐 총 814억원에 이른다. 배당금으로 투자원금을 모두 회수하고 매각지분은 모두 순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지난 98년 12월 굿모닝증권에 투자한 H&Q펀드를 비롯한 4개 외국계 펀드도 3년 만에 4배가 넘는 고수익을 냈다. 당시 962억원(주당 1,250원)을 투자해 이미 지분매각으로 926억원을 회수했고 나머지 지분은 신한금융지주회사에 팔기로 했다. 보유지분 평가액만 4,305억원에 달한다. 외국계 기관이 인수한 증권사들의 경우도 대주주에게 고수익을 내주고 있다. 지난 2000년 3월 푸르덴셜에서 분리된 파머사가 인수한 메리츠증권은 아직 지분매각 등으로 수익을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배당수익으로만 83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 99년 7월 타이완 쿠스그룹이 인수한 KGI증권은 비상장이기 때문에 평가차익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규모의 증권사 주가와 비교하면 대략 250억원 정도의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에서 시작된 외국계 펀드의 차익실현 바람은 은행ㆍ카드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대주주로 현재 1조3,00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는 골드만삭스가 원금에 해당하는 지분을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4월말 상장예정인 LG카드 지분 20%를 보유한 워버그 핑커스도 상장이후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의 2대주주인 국제금융공사(IFC)도 지난해 12월14일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670만주를 확보한 뒤 이중 216만주를 매각해 216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국내 금융기관 인수로 고수익을 확보한 투자펀드에 이어 제2, 제 3의 퀀텀펀드의 국내시장 진출도 곧 가시화 될 전망이다.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세종증권의 외자유치가 전환사채 형식으로 미국계 투자펀드에 넘어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몇몇 증권사도 외국계 기관과 물밑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손바뀜을 통한 투자펀드의 국내 진출도 예상된다. 여의도 사냥에 성공한 단기 투자펀드와는 성격은 다르지만 서울증권 지분을 인수한 모건스탠리딘위터도 장기적으로 고수익을 겨냥한 투자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여의도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외자유치가 외국계 투자펀드의 잇속 챙기기에 사용됐다는 비판적인 시각과 그 동안 '우물안 개구리'식 경영을 하던 금융권에 변화를 줬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임원은 이와 관련, "외국펀드의 차익실현에 대한 평가는 이미 논의를 거친 사항"이라며 "물과 같은 자본은 이익이 많이 나는 곳으로 흐르게 마련이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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