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도 없고, 마냥 끌려 다닐 수도 없다.'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인수 여부를 놓도 '고민'에 빠졌다.
대한생명 매각을 맡고 있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계속해서 매각 조건을 변경하고 있어 속을 태우고 있는 것.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원회는 한화 컨소시엄 등이 입찰 제안서를 낸 지난해 9월 당시 그해 '3월말 결산기준'으로 대생 매각가격을 논의해 오다 지난해 말 '9월말 결산 기준'으로 산정기준을 변경, 지난달 초 1조500억~1조1,000억원 정도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한생명이 2001 회계연도(2001.4~2002.3)에 수천억원대의 순익을 거두는 등 큰 폭으로 실적이 호전되자 올 3월말결산 기준으로 대한생명의 기업 가치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를 경우 대한생명의 영업실적을 토대로 적정가치 평가를 마치는데만 최소 두달 이상 더 걸릴 것으로 보여 당초 지난해 말, 늦어도 4월말까지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됐던 대한생명 매각은 또다시 지연될 전망이다.
이처럼 매각가격 산정 기준의 잦은 변경으로 협상이 지연되자 한화측은 '국제 입찰 관행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쾌해 하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의 ▦자금력 여부 ▦금융사업 경험 유무 등을 들어 대한생명 인수 자격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얼마전까지 계속된 상황에서 ▦매각가격 적정성 논란이 다시 대두되자 '국내 입찰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한화측은 "기업의 실적이 호전됐다고 해서 매각가격 산정 기준을 계속 번복한다는 것은 국제입찰 관행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렇다면 실적이 나빠졌을 경우 매각가를 깎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그룹 내부에서는 '대생 인수 포기'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화는 그러나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ㆍ관광ㆍ레저 등으로 주력 분야를 변경, 그룹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 위해 '대생 인수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어 쉽게 포기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는 올 그룹 인사를 아직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룹의 중장기 계획 추진도 어려움을 겪는 등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컨소시엄을 구성, 매각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 오릭스사가 협상 지연에 대해 14일 예금보험공사와 공자위를 항의 방문키로 하는 등 컨소시엄 파트너사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어 더욱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이만 한화그룹 상무는 "이번 협상에 오릭스, 호주 맥쿼리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매각협상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결국에는 대생 인수 자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