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세계의 산업두뇌 美어바인을 가다]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한다

인재공급 프로그램이 첨단기업 유혹…市등 공동 대규모 펀드조성 대학 지원<br>세계 굴지 대기업 본사·연구센터 유치…신약개발로 파산위기 회사 살려내기도



어바인시 한복판 테크놀로지 드라이브에 있는 스펙트럼 파머슈티컬사. 신약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이 회사 본관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25명의 연구원들 얼굴사진과 약력이 큼지막하게 소개돼 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소 의아하게 느끼지만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스펙트럼 파머슈티컬사의 라지 쉬로트리아 회장은 “지난 2002년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개발에 실패하면서 주당 10달러를 넘었던 주가가 8센트까지 곤두박질치고 나스닥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었다”며 “그러나 어바인의 20여개 유수 대학들이 공급하는 바이오ㆍ의료 분야 전문인력들의 도움으로 파산의 벼랑 끝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이제 주가는 8센트에서 7달러로, 시가총액은 1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스펙트럼사의 회생 스토리는 어바인시의 산학협동을 통한 인재공급 프로그램을 설명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됐다. 어바인시의 산학협동 정책은 시정부와 기업, 공공단체들이 공동으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의 발전은 기업유치에 달려 있고 기업유치의 최대 관건은 ‘인력의 질’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서 배출된 인재들은 나노ㆍ바이오ㆍ반도체ㆍ화학 등 첨단기업에 양질의 영양분 역할을 한다.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인 브로드컴이 본사를 이곳으로 이전해 대학교에 자금지원을 하고 우수인력을 공급받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일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직접 펀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자금지원은 물론 기업과 대학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 타코벨과 버라이존ㆍ퀘스트소프트웨어ㆍ세인트존ㆍ넥스텔ㆍ델파이커넥션 등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이 본사나 연구센터를 이곳에 두고 있고 500여개의 한국기업도 이곳에 진출해 기술지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어바인시가 기업을 끌어들이는 또 다른 매력은 쉽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자본금 규모나 종업원 수를 불문하고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다. 어바인 상공회의소의 브라이언 매닝 부사장은 “한국의 중소기업이 오더라도 매년 50달러만 내면 사업을 할 수 있고 공무원들이 회사설립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때문에 승인절차가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어바인이 첨단기업도시로 급부상하며 방 두 개 딸린 아파트의 매월 렌트비가 1,500달러에 달할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비싸지만 기업들이 ‘그래도 어바인’을 외치며 쇄도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시정부가 기업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쓰쿠바(筑波)와 중국의 베이징, 한국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어바인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기술과 인재개발에 나서려고 하는 것은 어바인시의 산학협력 모델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같은 캘리포니아주에 있으면서도 새너제이와 로스앤젤레스(LA)에 밀려 발전이 늦었던 어바인시가 첨단기업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기업이 원하는 환경과 필요한 인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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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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