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삼성 수사에 사라진 떡값 검사

검찰의 삼성 비자금 의혹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 수용과 “2중ㆍ3중의 수사가 되지 않도록…”이라는 발언 때문에 특별수사본부 수사가 한 발짝도 못 나갈 것 같다는 예상을 뛰어 넘은 것이다. 삼성증권과 전산센터 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상당수의 비자금 의심 계좌를 발견하는 등 수확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노 대통령이 특검수용을 할 때만 해도 “특검을 고려해 필요한 부분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의혹이 수사대상”이라고 처음 공언했던 것과도 한참 물러난 분위기였다. 수사팀 안팎에서는 정예멤버를 구성해 놓고도 수사를 못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검찰의 삼성 비자금 수사가 ‘올 스톱’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었다. 삼성 비자금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이 같은 검찰 분위기에 격앙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최근 검찰의 삼성 수사 태도는 다시 적극 모드로 전환됐다. 일부에서는 비자금 폭로 이후 삼성 계열사들이 내부자료를 파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전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삼성을 방심하게 하기 위한 연막을 치기 위해 ‘한정수사론’을 펼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삼성증권 등에 대해 3~4일씩 압수수색하고 ‘테라급’ 분량의 전산자료 압수 등으로 적지 않은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공교롭게 ‘떡값검사’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분위기다. 검찰이 삼성 계열사 압수수색에 나설 정도면 김 변호사의 그간 주장은 허언이 아님이 분명해 보이고 ‘떡값검사’도 사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변호사는 “떡값 검사는 곁가지고 검찰 수사 말미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만 되풀이 하고 있다. 검찰의 삼성 수사가 갑작스레 진일보 한 것이 특검에 필요한 자료수집 차원인지, 아니면 김 변호사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떡값검사 명단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삼성을 이 잡듯 수사한다면 이 또한 기업을 볼모로 삼는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검찰이 삼성 수사에 대해 보이는 적극성 만큼 떡값검사 감찰에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관련기사



김홍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