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2월 네오세미테크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1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의 대량 자금 조달로 주관사인 A증권사와 네오세미테크가 윈윈한 듯 보였다. 하지만 네오세미테크는 지난해 9월 최종 퇴출되면서 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 부실기업의 CB 발행으로 A증권사는 잠시 비난을 받았을 뿐 1억원이라는 쏠쏠한 주선수수료를 챙겼다.
앞으로는 A증권사와 같이 부실기업 자금조달을 주선한 증권사들도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26일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자본사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증권신고서 부실기재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범위가 기존 인수회사에서 모집 주선인까지 확대된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주선한 증권사의 책임이 한 층 강화된 것. 기존에는 투자자들이 부실 기재된 증권신고서에 항의해 민사상 소송을 제기할 경우 증권사가 인수회사가 아닌 단순 모집 주선에 나섰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없었다. 하지만 법률 개정으로 손해배상 책임범위가 모집 주선인으로 확대돼 부실한 기업실사에 따른 자금조달의 책임을 증권사들도 지게 된다.
금융위원회 측 한 관계자는 “모집 주선인에게까지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확대한 것은 증권사의 책임이 한층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법원이 증권신고서상 부실과 허위기재로 투자자의 손실을 입었다고 판단할 경우 증권사들이 책임을 회피할 구실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는 증권사들이 엄격한 기업실사 없이 단순 모집주선에 나서 부실기업의 자금조달을 도움으로써 투자자들의 손실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부실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관행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몇몇 증권사들은 2~3일 만에 간단한 기업실사를 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대부분의 투자은행(IB) 부문 직원들이 계약직이어서 대형 증권사로의 이직이나 연말 인센티브를 위해 무리하게 ‘실적 올리기’식 주선으로 투자자들의 피해를 낳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