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자 공기업화까진 “산넘어 산”

◎경영진 강제퇴진 못시켜 자진협조 있어야/산은 출자전환도 기관·해외주주 협력 필요정부가 기아자동차를 법정관리 후 공기업전환으로 가닥을 잡음으로써 기아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이를 차질없이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후 재산관리인과 새 이사진을 구성해야 하며 산업은행의 대출금을 조속히 출자로 전환해야 한다. 또 경영정상화자금 지원 및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차질없이 해야 하며 기아임직원들의 반발을 무리없이 무마시켜야 한다. 이같은 난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아측의 협조가 가장 바람직하다. 재정경제원과 산업은행은 23일 기아측과 접촉, 24일로 예정된 법정관리 신청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기아측의 반발이 워낙 커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법원이 내주중 재산보전처분을 내리고 재산관리인이 선임되더라도 김선홍회장을 비롯한 기존 이사진은 계속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현재 재산관리인으로는 한승준 전 기아그룹부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실질적인 권한은 재산관리인에게 있지만 김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계속 「출근투쟁」을 벌일 경우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법원측이 나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앞으로의 처리과정에서 법해석상 논란의 소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4년 판례에 따르면 「회사의 정리개시결정(재산보전처분 때도 준용됨)이 있고 관리인이 선임됐을 경우라 하더라도 회사의 대표이사나 기타 이사 감사역의 선임이 효력을 상실하거나 당연 해임의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회사의 대표업무집행 및 재산관리 등 권한이 관리인의 손에 넘어갈 뿐이다」고 돼 있다. 그러나 지난 81년 신설된 조항에 따르면 「회사의 이사나 이에 준할 자는 관리인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그 행사에 관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법원이 재산보전처분을 내리더라도 기존 경영진을 물러나게할 명확한 규정은 없다. 그러나 법원이 채권단의 손을 들어준 이상 재산관리인이 원활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해석에 융통성을 발휘, 도와줄 길을 찾을 것이라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 경우 기존 경영진에 대해 권리행사방해죄 등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새 이사진 구성과 증자결의를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과반수를 확보해야 한다. 재경원은 기관투자가들과 해외주주들을 설득하면 과반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기아자동차 주식보유비율은 작년말 현재 49.98%에 이르고 있다. 비협조적인 기관투자가가 있을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17%를 보유하고 있는 포드사가 협조할 경우에는 더욱 원만히 해결될 것이다. 기아의 조기정상화는 산업은행의 대출금을 얼마나 빨리 출자로 전환하느냐가 관건이다. 산업은행의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일반증자 후 실권주 인수 ▲증자 후 제3자 배정 ▲사모전환사채 발행 ▲기존주식 인수 ▲회사정리절차에 따른 출자 등의 방법이 있다. 실권주 인수방식과 제3자 배정방식을 제외한 나머지 세가지 방안은 현실적으로 조기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회사정리절차 계획에 포함시키거나 전환사채발행 방식은 최소한 1년 이상의 시일이 걸린다. 또 소액주주의 주식매집은 추가로 돈이 더 들어가야 한다. 기아자동차는 납입자본금이 3천7백80억원으로 수권자본금 7천5백억원보다 적기 때문에 3천7백20억원 한도내에서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증자가 가능하다. 실권주가 많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주총을 통해 더 많은 증자를 해야 할 것이다. 제3자 배정의 경우에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있어야 하고 통과요건도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권주방식보다는 더 까다롭다. 재경원과 채권은행단이 생각하고 있는 수순은 24일 법정관리 신청이 이뤄지면 다음주말께 재산보전처분 결정에 이어 재산보전관리인이 선임되고 그때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낸 뒤 2주 후 주주총회를 열어 새경영진 구성과 증자를 결정한다는 것. 구체적인 증자요건에 대한 이사회 의결과 청약 및 대금납입 절차 등을 거쳐 산업은행의 출자전환이 완료되기까지는 주총소집 공고일로부터 3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적극적인 협조와 기존주주들에 대한 설득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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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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