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금융시장 안정에도 '기업 자금난은 되레 심화'

BBB-급 회사채 금리 10% 넘어…A급도 8%대


미국과의 300억달러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국내 주식ㆍ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도 자금경색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난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27일 금리를 전격적으로 0.75%포인트 인하하고 유동성을 전방위로 공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은행 대출창구는 막혀 있고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직접금융조달도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건설사들과 일부 중견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투자등급 하한선인 BBB-급 회사채의 발행금리가 10%대를 넘어서는 등 회사채 발행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이마저도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면 발행시도조차 어려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오는 6일 발행 예정인 동부제철 회사채(200억원, BBB)의 금리는 10%로 책정됐는데 시장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이 수준의 금리라도 주고 발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는 평가다. A급 이상의 우량한 기업의 회사채 발행금리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초ㆍ중순 발행됐던 A급 수준인 대성산업ㆍ한진중공업ㆍ삼양사 등의 회사채 금리가 7%대인 데 비해 지난달 30일 발행된 현대제철 회사채(1,200억원, AA-)의 금리는 8.39%로 껑충 뛰었다. 이처럼 회사채 발행금리가 오르면서 국고채와 회사채(AA-) 3년물 금리 격차인 회사채스프레드는 3.6%대로 커졌다. 이는 9ㆍ11 테러(2001년)와 신용카드 대란(2003년) 때보다도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 증권사의 IB담당 관계자는 “웬만한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10%가 넘는 금리를 줘야 한다”며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분위기는 좋아졌을지 모르지만 실제 자금시장은 갈수록 경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들도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로 현대제철만 하더라도 평소 같았으면 2,000억~3,000억원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5대 그룹 계열사라도 원하는 수준의 절반 정도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공급확대 및 건설업종 지원 등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자금난 완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건설사들의 부도가 가시화될 경우 자금조달 창구가 아예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0대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직까지 실물경기 추락으로 인한 영업위축은 미미하다”면서도 “돈이 돌지 않아 나갈 돈과 들어올 돈의 시기가 맞지 않는 ‘미스매치’가 여러 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중견그룹의 한 자금담당 임원은 “어음 할인, 부동산 매각, 회사채 발행 등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시장은 모두 평소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면 된다”면서 “기업 자산을 헐값에라도 현금화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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