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8월 31일] 쳇바퀴 도는 인사 실패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이 초반부터 순탄하지 않다. 세대교체와 소통을 큰 특징으로 내세운 8ㆍ8개각을 통해 후반기 권력누수를 막고 의욕적으로 국정을 펼치려던 이 대통령의 의지가 일단 꺾이게 됐다.

40대 젊은 서민 총리론을 내세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박연차 게이트' 연루 등 각종 의혹과 '말 바꾸기' 논란으로 국회 인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잦은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등 의혹이 제기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낙마했다.


공직자 거짓말 더 이상 안 통해

청와대는 곧바로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고 한다. 총리 후보자와 함께 장관 후보자 2명을 다시 물색해야 하는 만큼 이명박 정부 후반기를 이끌 새 내각의 콘셉트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될 것 같다. 또 총리 등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의 3기 내각이 한달 이상 정상적으로 공식 출범하지 못하고 표류할 것으로 보여 국정공백의 장기화까지 우려된다.

이 정부 들어 세 차례 개각을 통해 내정된 뒤 법적ㆍ도덕적 논란으로 '후보자' 딱지를 떼지 못하고 물러난 장관 이상 인사만 벌써 6명으로 늘었다. 특히 이번에는 총리 후보자까지 대상에 포함돼 그 파장이 만만찮다.

이번 후보자 3명의 낙마 배경을 들여다 보면 별로 새로울 게 없다. 김 후보자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은 '말 바꾸기'다. 지난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거친 천성관 후보자가 후보직에서 물러난 것도 스폰서 논란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실수든, 의도됐든 공직자의 거짓말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미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도 말 바꾸는 후보자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전철을 다시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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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을 이유로 후보자들의 비리의혹을 어물쩍 넘기려던 여권 수뇌부의 도덕 불감증도 어제오늘이 아니다. 여당의 7ㆍ28 재보선 승리와 이 대통령의 친(親)서민 행보 강화 이후 높아진 국정지지도가 무리수를 두는 독(毒)이 됐을 수 있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인사 또한 과거와 판박이다. 독립적이고 투명ㆍ공정한 인사검증을 하겠다며 청와대 인사기획관 자리를 만들어놓고도 여권 내부의 힘겨루기로 1년 넘게 공석으로 남겨둔 채 이번 개각을 단행했다. 그러니 소통을 얘기하면서 잘못된 인사를 밀어붙이고 친서민과 공정사회를 외치면서 비리의혹 인물들에게 권력을 쥐어주려 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전반기 '고소영' 내각 논란, 촛불사태, 6ㆍ2 지방선거 패배, 세종시 수정 실패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때마다 여권에서는 인적 쇄신론이 터져나왔고 청와대는 인사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곤 했다. 인사검증 시스템이 마비되고 권력 내 파워게임의 결과 인사원칙이 갈피를 잡지 못한 탓이다. 이 정부에는 이른바 실세라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이 인사 추천이나 검증 과정에서 입김을 행사하며 설치면 검증 책임자들이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국민 눈높이 맞는 인물 찾아야

청와대는 이번에도 현장탐문 등을 통해 인사검증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보완을 공언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선 8ㆍ8개각 실패와 관련 상황이 이쯤 됐으면 이 대통령이 담화 등의 형식을 통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입장을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더 나아가 청와대 검증라인에 있던 참모들도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도리다. 그런 다음 국민 눈높이에 맞춰 높은 도덕성과 자질ㆍ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널리 찾는다면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지 않거나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다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법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번 인사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안이한 인식과 자세를 바꾸지 않는 한 이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 다짐은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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