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최악의 청년실업 해결책은 없나

"中企 연봉·복지 등 너무 몰라… 정보제공 통로 대폭 늘려야"<br>대졸 7년차 2명중 1명은 백수… 그래도 중기는 기피<br>"정부가 근무환경 개선 직접 나서야 中企 취업자 늘것"




"증권사에 취업하고 싶어서 5곳에 지원했는데 4곳은 떨어졌고 동양종합금융증권 한 곳만 면접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이곳 마저 떨어지면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 대기업 재무팀까지 다 지원할 생각입니다." 지난 25일 저녁 서울의 한 사립대 도서관 앞에서 만난 경제학과 노모(28)씨는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이라 절박한 마음이 든다"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학교 도서관은 축제기간었지만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학생들로 붐볐다. 이들 상당수가 취업 준비생임을 암시하듯 책상 위에는 각종 자격증 시험관련 서적과 대기업 직무적성검사 수험서들이 놓여있다. 도서관 로비에서는 곳곳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트북을 켜놓고 둘러 않아 면접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경제지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대졸이상의 고학력 실업자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25~49세의 청년층중 취업을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 2만4,000명에 달해 지난 2008년 10월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자 37만9,000명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62.5%에 달한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4년제 대학 25개교의 2002년도 대졸자 3만6,125명을 표본으로 2002년 2월 대학졸업 후 2009년 6월까지 7년 3개월 동안의 취업상태를 조사한 결과, 근속기간이 3년 이상인 '주요 일자리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절반 이하인 43.4%였다. 즉, 직업능력대학 졸업 후 7년이 지나도 2명중 1명은 백수상태라는 것이다. 사상최악의 청년실업 상황이다. 대학생들이 밤 늦은 시간에도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고 자격증 공부 등으로 취업준비에 몰두하는이유다. 그러나 노씨는 "아무리 취업이 어려워도 중소기업을 염두에 두고 있진 않다"며"주위를 둘러보면 취업을 안하면 안했지 중소기업 간 친구나 선배는 단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아니면 취업을 하지 않겠다는 노씨의 말처럼 대학생들 상당수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홍익대 취업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상담 받으러 왔을 때 스펙이 떨어진다거나 나이가 많은 등 대기업 입사에 여러 장애 요인이 있다고 판단되면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며"자신의 전공과 적성에 맞으면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택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학생들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소ㆍ중견기업에 빈 일자리가 많은데 구직자들이 대기업과 공기업만을 선호해 발생하는 미스매치 현상이 실업문제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기업에 대한 정보가 구직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며"대기업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는 반면 우량 중견 혹은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정부가 정보 부족 문제를 개입해 해결할 수 있다면 대졸자 미취업 문제를 완화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구직자들은 중소ㆍ중견기업에 가고자 해도 기업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인 윤모(29)씨는 "요즘 구직자들이 취업에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곳은 '취업뽀깨기'나 '닥취고취업' 같은 인터넷 카페다. 하지만 이런 곳들에서는 중소기업에 관한 정보를 접하기 힘들어 기업이 직원을 모집 하는지 안 하는지 잘 모를 수밖에 없다"며 "만약에 직원모집 시기를 알더라도 이 회사 사정과 복지, 연봉이 어떤지 등을 잘 모르니까 안 쓰게 된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어 "고등학교 후배 중에 중소기업에 다니는 후배가 있는데 복지도 좋고 연봉도 괜찮게 받고 있다"며"그 후배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모집시기와 회사 연봉, 복지가 어떤지 알려준 후에 그 기업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중소기업 중에서 건실한 기업은 연봉이나 복지가 대기업에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라고 들었는데, 이런 정보들이 구직자들에게 잘 전달된다면 다들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최근 몇 년 동안 미스매치를 해소하겠다며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각종 지원책과 우량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정보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겠다며 내놓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재작년부터 청년취업인턴제가 시행되면서 중소기업이 인턴을 뽑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들은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며"문제는 해당기업이 어차피 정규직으로 뽑아 월 150만원 줄 사람들을 6개월 간 '월120만원짜리 인턴'으로 부린 다음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중소기업은 정부로부터 지원까지 받으니 인건비 부담이 확 줄어든 반면 청년 노동자는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며 "정부가 정말로 구직자들을 중소기업으로 유도하고 싶다면, 이런 식의 지원책을 펼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지원을 해서 구직자로 하여금 '중소기업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사립대의 취업센터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아직까지 급여나 복지, 사회적 인식 등이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것이 사실이고 이런 부분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지 않고 학생들의 눈높이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며"지금처럼 '정부가 이런 정책을 시행하니 따라오라'는 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올 수 있도록 대학과 기업의 관계자를 꾸준히 만나면서 소통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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