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시행자가 동시분양 승인 신청서에 기재하는 분양가 산정의 기준은 주로 주변시세다.
신청서에는 분양가를 건축비와 대지비로 구분해 표시하고 있지만 실제 소요비용과는 관계없이 임의로 정할 뿐 실제 땅 매입에 얼마나 들었는지, 건물을 짓는데 얼마가 소요됐는지는 분양가 결정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지난 7월 양천구청이 접수한 '목동 트라팰리스'의 동시분양 승인 신청서는 이같은 관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신청서는 "목동 트라팰리스 평균 평당가격 2천160만원은 입지가 유사한 인근주상복합 시세 대비 약 96~102% 수준으로 여타 분양사례와 비교하여 과도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분양가 산정기준을 설명했다.
또한 올해 서울시 동시분양에서 분양가가 평균적으로 주변시세와 비교해 113~138% 수준에서 결정돼 온 점을 들어 이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정작 분양가격 산정의 기준이 돼야 할 건축비와 대지비에 대한 구체적인언급은 일절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같은 건물내에서 가구별로 분양가격이 차이가 나는 것은 층, 방향, 일조량,조망, 소음 등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 신청서에 곁들여져 있다.
동시분양 신청서에 트라팰리스 웨스턴애비뉴 79평형(41층)의 분양가는 총 22억5천500만원이며, 이 가운데 분양건축비와 분양대지비가 각각 15억298만원과 7억5천202만원으로 구분돼 있다.
신청서 내용대로라면 건축비만 평당 약 1천900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정부가 고시한 표준건축비 규정에서 전용면적 60㎡ 이상, 16층 이상 층수의 건축비 상한선은평당 약 280만원(㎡당 85만500원)이다.
또 이 건물이 들어서는 양천구 목동 406-5번지의 개별 공시지가는 올해 1월 1일현재 약 1천220만원(㎡당 369만원)이나 신청서에 나타난 79평형의 대지비 단가(분양대지비/대지지분 9평)는 평당 8천350만원(㎡당 2천532만원)에 달한다.
서울시가 제시한 기준 분양원가 산정기준을 적용했을 때 이 가구의 적정분양가는 실제 분양가의 5분의 1 수준인 4억4천307만7천원으로 나타났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측은 "건축비에는 순수건축비 외에 다른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표준건축비와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대지비의 경우 감정평가를거쳐 산정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7월 송파구 신천동에 건설할 주상복합 '잠실 더샵스타파크'의 동시분양 신청서를 냈으나 이를 취소했다.
39층에 들어설 100평형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를 국내 동시분양 사상 최고치인 평당 3천450만원으로 신청했다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뒤따르자 분양을 포기한 것이다.
8차에서는 평당 분양가가 2천950만원으로 낮아져 결국 이 가구의 분양가는 한달만에 5억원이나 떨어졌다.
조합원이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재건축사업과 달리 더샵스타파크는 포스코건설이 시행과 시공을 동시에 진행했다는 점에서 분양가 부풀리기가 건설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관행임을 알 수 있게 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고 평형대의 1개 가구를 예로 들어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게책정됐다고 지적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펜트하우스의 경우 마감재 한 품목이 수억원에 달한다"고 해명했다.
포스코건설은 송파구청에 제출한 동시분양 신청서에 더샵스타파크 100평형에 천연대리석으로 된 바닥재를 비롯해 자개 타일, 독일제 세면기 등 최고급 마감재를 사용했다고 기재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구청 관계자는 "아무리 호화 마감재들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며칠만에 분양가를 5억원이나 낮춘 것은 거품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동시분양 아파트의 분양가에는 월 수천만원씩의 재건축 조합 운영비,수억원의 소송비용 등이 포함된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일반분양 가구당 4천800만원에 달하는 광고 선전비, 30가구를 분양하기 위해 1년간 설치한 모델하우스 운영비가 포함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분양신청서와 공사도급 약정서에 기재된 공사기간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