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쟁체제 도입… 시장과 연계 '돈 되는 기술' 집중 지원

■ 국가 R&D 체계 '대수술'<br>'나눠 먹기식' R&D 투자 탓에 글로벌 1위 품목 갈수록 줄어<br>10대 기술선정 7년간 3조 투입<br>기술개발 과정 중간탈락 늘리고 우수 개발자엔 인센티브 제공도

정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연구개발(R&D) 관행에 대대적으로 메스를 들이대고 철저한 경쟁체제 중심의 체질개선에 나섰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속 연구원이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지식경제부가 8일 내놓은 '연구개발(R&D) 시스템 혁신방안'은 최경환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제기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R&D'에 대해 기존의 독을 수리하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독을 만든 것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공무원이 R&D 정책에서 손을 떼고 민간 인력의 국가 CTO(최고 기술경영책임자)가 권한을 갖고 나눠먹기 식 R&D 투자가 아닌 선이 굵고 집중적인 R&D 투자에 나서겠다는 게 골자다. 경쟁체제를 도입해 중간 탈락률도 높이고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R&D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R&D 투자는 늘어나는데 성과는 감소=이명박 정부는 R&D 예산을 해마다 10%씩 늘려가고 있다. 국가 R&D 예산은 지난 2000년 13조8,000억원에서 2008년 34조5,000억원으로 세 배로 커졌고 연구인력도 1999년 13만5,000명에서 2008년 3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논문 수는 세계 12위, 특허 출원 건수는 세계 4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세계시장 1위 품목 수는 계속 줄고 있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원천기술 개발, 원천특허 출원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R&D 투자가 밑 빠진 독이 된 것은 R&D에 대한 평가를 논문 수나 특허 출원 건수에 의존하면서 학술적 연구, 건수를 늘리기 위한 특허 출원만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R&D 평가를 시장과 연계해 돈 되는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쪽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전문가를 영입해 R&D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 최 장관은 "지경부가 관리하는 R&D 건수만 4,000건으로 1건당 지원금액이 5억8,000만원에 불과하다"며 "나눠먹기식 R&D 지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간 전문가가 권한을 갖고 R&D를 잘 할 수 있는 곳에 R&D 예산을 밀어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 되는 곳, 잘 하는 곳에 집중 지원=지경부는 R&D 권한을 이달 중 출범하는 전략기획단에 넘겨주기로 했다. 최고 역량을 보유한 산학연관 합동의 드림팀을 구성해 대형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술개발 단계별로 경쟁을 도입하고 책임관리를 통해 성공률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전략기획단은 과제당 총 사업비가 3,000억원 내외인 대형 10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을 선정해 7년간 3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쟁체제ㆍ중간탈락제가 도입된다. 주제가 정해지면 일단 3~5곳의 예비사업자를 선정한 후 2배수로 압축한다. 초기 개발 결과에 따라 최종 1곳을 선정해 집중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또 미래산업 선도기술 개발을 뒷받침하는 100대 전략제품의 융합ㆍ원천기술도 선정해 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집중 지원한다. 최 장관은 "경쟁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지금의 R&D 시스템은 성과창출과 거리가 멀다"며 "R&D 예산을 공공기관ㆍ기업ㆍ대학 등으로 나눠주는 게 아니라 누구든 개발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에 몰아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 지원 강화, 인센티브 확대, 인프라 확충=R&D 투자를 통해 개발한 값진 기술은 민간 합동의 창의자본 회사에서 사업화를 지원한다. 지경부는 오는 6월 말까지 창의자본 설립을 마무리, R&D 성과물을 특허로 만들고 매각하는 작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창의자본은 2015년까지 5,000억원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R&D를 장려하기 위해 우수 개발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이를 통해 기술개발의 진정한 성공률을 높이겠다는 것. 최상위 5% 과제 수행자는 후속과제를 먼저 지원 받고 조기에 성공해 예산을 절감할 경우 절감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게 된다. 또 지경부는 매년 국가기술자 한 명을 선정해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고 국가기술자 명예의 전당도 만들 계획이다. R&D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장비 관리 전문회사를 설립해 장비를 통합 관리하고 기업에 맞춤형 인재를 공급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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