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글로벌 포커스] 희귀금속 수급불안 심화 가격 '천정부지'

특정국가에 매장 집중돼 5년새 4~10배 폭등<br>대체 투자수단 부각·자원 민족주의도 요인<br>각국 확보전 치열…일부선 무역마찰 조짐도



국제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주요 산업소재로 활용되는 플래티늄, 코발트, 망간, 텅스텐, 몰리브덴 등 ‘희귀금속(rare metal)’의 가격도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희귀금속이란 저장량과 발굴량은 일반금속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정보기술(IT)산업, 광(光)산업, 환경산업 등 특별한 용도에 사용되는 31종의 금속을 말한다. 희귀금속 사용량은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반면에 매장량이 일부국가에 극히 한정되어 있어 최근 4년 사이에 종류에 따라 가격이 4~10배 가까이 폭등했다. 희귀금속은 최근에 방위산업, 항공우주산업 등 최첨단 산업분야에서 폭 넓게 쓰이고 있어 이를 확보하려는 각국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플래티늄 가격은 지난 14일 1온스 당 1,577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플래티늄은 장신구는 물론 최근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자동차용 배기가스 정화촉매로 사용되는 양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플래티늄을 생산하는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78%)과 러시아(15%) 등 일부 국가에 한정되어 있어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태. 카메이 고이치로 마켓스트레터지 애널리스트는 “수요 급증으로 올해 플래티늄 등 희귀금속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래티늄 가격은 지난해 남아공이 광산파업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가운데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해 동안 29% 올랐고, 올해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PLC포케스트의 존슨 매트니 애널리스트는 올해 플래티늄 공급량이 수요에 비해 26만5,000 온스 이상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쿼리 그룹은 올해 플래티늄의 평균 가격이 16%, 향후 2년간 매년 15%씩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휴대폰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는 코발트 가격도 무서운 추세로 급등하고 있다. 주요 생산국인 콩고에 내전이 발생해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코발트는 구리 및 니켈 광산에서 부산물로 채취되는데 생산량이 연간 6만5,000톤에 불과하다. 하지만 배터리는 물론 초합금과 화학제품에 사용되는 등 사용되는 곳과 소비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코발트 가격도 올 초 이 같은 수급불안으로 사상 최고치인 파운드 당 40.25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한해동안 60% 이상 올랐다.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는 향후 1년간 코발트 공급 부족량이 1,000~1,680톤에 이를 것이라며 가격은 파운드 당 50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을 생산할 때 산화제로 사용하는 망간 가격 역시 크게 올랐다. 망간 가격은 지난해 한해 동안 73%가 급등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주요 생산국 중 하나인 중국이 생산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망간의 생산량을 현재 2,200만 톤 수준에서 오는 2010년까지 23% 줄어든 1,700만 톤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망간 가격 급등은 한국과 일본의 철강업체들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일본은 지난해 중국에서 전체 망간 수입의 64%인 34만 톤을 들여왔다. UBS일본의 야마구치 아츠시 애널리스트는 “철강업체들이 극심한 공급 부족에 시달릴 전망”이라며 “망간 가격 급등은 업체들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희귀금속은 그 매장량도 워낙 적은데다 한두 국가가 전세계 생산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해 그 나라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공급에 애로가 생긴다. 지난 2005년 현재 텅스텐의 90%와 인듐 55%가 중국에, 탄탈럼의 63%가 호주에, 플래티늄의 78%가 남아공에, 리튬의 73%가 칠레에 각각 매장되어 있다. 따라서 생산국의 자원정책이 전 세계 수요 및 가격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또 앵글로아메리칸, 리오틴토, BHP빌리턴 등 20여개 대형 회사들이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어 시장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수급불안으로 지난 5년 동안 몰리브덴은 8배, 텅스텐은 5배, 티타늄과 크롬은 각각 3배가 뛰어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달러화의 약세 현상도 희귀금속의 가격을 급등세로 이끄는 요인이다. 주식이나 채권의 대체 투자수단으로서 희귀금속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사이토 카주히코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희귀금속에 대한 수요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주요 생산국들이 희소금속을 국유화하는 등 자원 민족주의가 거세지고 있는 점도 희귀금속의 가격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희귀금속의 그 희소성 때문에 최대 생산국인 중국과 최대 소비국인 일본의 외교분쟁 및 무역마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급격한 공업화가 진행되는 중국은 수출물량의 상당량을 내수용으로 돌리면서 지난해 6월 인듐, 몰리브덴과 이들 금속으로 만든 제품에 대해 수출쿼터제와 면허제를 시행하며 문단속에 나섰다. 반면 일본은 희귀금속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LCD 등 일본 기업들의 주력 수출품에 희귀금속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코발트와 인듐의 세계1위 소비국이자 희귀금속의 상당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희귀금속을 석유, 우라늄에 버금가는 전략적 자원으로 규정하고 중남미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자원 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희귀금속 수출을 줄이는 동시에 해외에서 각종 개발권의 취득 및 수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 곳곳에서 일본과 부딪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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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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