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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계 경제 쥐락펴락 3인방 그들의 연금술은 통했을까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버냉키·킹·트리셰 금융위기 극복과정 그려

■ 연금술사들

닐 어윈 지음, 비즈니스맵 펴냄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머빈 킹 전 잉글랜드은행 총재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건물은 직사각형에 낮고 견고해 보인다. 유럽중앙은행 건물은 높은 탑으로 강한 인상을 준다. 영란은행으로 불리는 잉글랜드은행은 창문이 없고 벽이 두꺼워 마치 요새 같다. 중세 이전, 주술적 방법을 동원해 금을 만들고자 했던 연금술사들의 실험실도 그런 분위기였을까?

미국 3대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경제전문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저자는 '연금술'을 재정의한다. 현대의 중앙은행이 진짜 연금술을 창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3대 중앙은행들은 독점적으로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를 발행하기 때문이다. 이들 3대 중앙은행장은 국가로부터 통화발행권한을 위임받아 필요에 따라 원하는 대로 화폐를 찍어낼 수 있으니 우리 시대의 진정한 연금술사라는 뜻이다.


책의 주인공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 전 잉글랜드은행 총재 머빈 킹,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장 클로드 트리셰다. 시작은 2007년 8월 9일.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트리셰는 어릴 적 살던 브르타뉴 해안의 집에서 손주와 휴가를 보내려던 참이었고, 킹 총재는 크리켓 시합을 보며 여유로운 목요일을 보낼 계획이었다. 업무일정을 검토하고 있던 버냉키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예고도 없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고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이후 이들은 동료 중앙은행장들과 함께 세계 금융시스템을 무너뜨리려는 금융공황을 억제하기 위해 수조에 달하는 달러·파운드·유로를 투입했다. 전례 없는 규모였고 그 어떤 대통령이나 의회도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조치를 단행하고 정책을 집행했다. 빗대자면 마치 지구를 종말로부터 구하려는 영화 속 영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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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 세 은행장이 보유한 '연금술'과 국제결제은행(BIS)을 중심으로 맺어진 중앙은행 수장들의 특별한 인맥이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살펴본다. 시간 순서에 따른 나열 대신, 역사적 위기 상황의 일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급변하는 금융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물묘사도 적나라하다. 느긋하지만 비범한 학생이었으나 합의를 이끌어내는 달인이 된 버냉키, 완고한 경제 순수주의자 킹, 좌파 행동가에서 수완 좋은 협상가로 돌아선 트리셰까지.

세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아직도 안갯속이다. 은행가들 모두 금융이론을 배웠고 과거의 중요 사건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신흥국들이 불안을 면치 못하고 있고 유럽은 여전히 실업률 상승세와 스태그플레이션을 멈추게 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가 시작된 지 5년이 지났고 세계 경제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강국 사이에 일어난 전쟁도 없었다. 유럽(EU)도 여전히 통합돼 있다. 신뢰를 박살 낼 만큼 높은 인플레이션도, 그리스와 스페인을 제외하면 경제공황도 없었다. 이 중 어떤 것도 확실하게 예견되지는 않았었다."

과거의 연금술사들이 분명 신기한 재주를 부리긴 했으나 실제로 금을 만드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던 것처럼, 현대판 연금술사인 이들 중앙은행장 3명 역시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다만 저자는 "파국을 피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며 "우리가 그들에게 완벽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나 점진적 발전은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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