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동양화, 현대미술서 새 길 찾다

참신한 현대적 주제로 경쟁력 확보<br>작가 박병춘 '섬'·정희우 '도시풍경' 등<br>새로운 시각의 작품들 전시 잇따라

박병춘 '통영의 바다를 날다'

장재록 '또다른 풍경(Another Landscape)'

서양 그림에 밀려 풀 죽어 있던 동양화가 현대미술의 참신함과 손잡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 것'이라는 정서정 친근함을 가진 동양화는 그간 아파트 등 서구형 주택 보급을 비롯해 서양문물의 강세로 미술시장에서 주도권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양화(혹은 한국화)들이 현대적인 주제와 소재를 통해 독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전통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모색하는 화가로 박병춘이 손꼽힌다. 현재 파주시 헤이리의 갤러리이레에서 '섬'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작가는 멀리서 본 산의 모습을 꼬불꼬불한 라면처럼 묘사한 '라면 풍경'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의 섬을 찾아다니며 작업한 대작을 새로 선보였다. 한지에 먹과 아크릴을 사용하는 작가는 현장에 직접 나가 사생(寫生)하는 전통기법에 충실하되 현대미술가 특유의 위트와 재치를 살려내고 있다. 전시는 12월1일까지 계속된다. 인사동 노암갤러리에서 개인전이 한창인 화가 정희우는 도시 풍경을 그린다. 검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솟구친 고층 빌딩, 바쁘게 오가는 도시인이라는 일상적 모습이지만 동양화 특유의 다시점이 반영돼 누워있는 건물과 뒤집힌 나무 등 수직과 수평 시점이 교차한다. 작가는 "시대가 달라져 풍경이 변하지만 바라보는 시각 때문에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며 "운전자가 정면의 수평 풍경과 내비게이션의 수직 풍경을 동시에 보면서 달리는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작품들은 지도처럼 작지만 수평과 수직, 고층에서 내려다본 시선 등 기존의 동양화가 갖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을 펼쳐 보인다. '시간을 담은 지도-강남대로 4년간의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18일까지 전시가 계속된다. 작가 유승호는 전통산수를 현대적 감수성으로 승화한 '문자산수'로 주목받고 있다. 점을 찍어 형태를 그리는 점묘법에, 점 대신 문자를 써서 풍경을 완성하는 식이다. 가령 '야''호'로 이뤄진 산수화는 메아리의 울림까지 담은 듯 생명력을 얻는다. 한편 성남아트센터는 1950년대부터 이어온 현대 한국화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한국화의 재발견'전을 12월18일까지 연다. 1950년대부터 태동한 현대 한국화를 중심으로 원로작가부터 현재 활동 중인 젊은 작가까지 24명을 모았다. 1950~60년대에는 서구 모더니즘을 수용해 한국화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보여준 송영방ㆍ민경갑 등이 활약했고 1970~80년대에는 송수남ㆍ이철량ㆍ강경구 등이 수묵화 운동 등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을 시도했다. 뒤이은 1990년대 이후에는 젊은 작가들이 중심이 돼 '21세기형 한국화'를 개척했다. 전통 수묵으로 현대인의 욕망을 대변하는 자동차를 그리는 장재록을 비롯해 민화의 꽃 이미지를 재해석한 홍지윤 등이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최열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미술평론가)은 "동양화가 주춤했던 것은 재료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정신에 발맞추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며 "추사 김정희가 강조한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는 현대미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젊은 작가들은 여기에 자신만의 소재, 주제, 일관성을 찾아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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