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과천 정부종합청사를 직접 방문한 가운데 열린 재정경제부의 업무보고는 대통령이 경제현안을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대목은 어느 때보다도 `안정`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이 “노사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며 `상식과 원칙`, `법과 질서의 잣대`를 강조한 점 역시 노조편향이라는 일부의 시각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법인세 논란 정리=“개별세목 거론은 옳지 않다”는 노 대통령과 “법인세를 인하하겠다”는 재경부가 마치 충돌하는 것처럼 비쳐졌던 법인세 인하 논란이 일단락됐다. 노 대통령은 투명하고 공정한 세제를 강조하면서 “대통령과 재경부가 부딪친 것처럼 오해가 있는 데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세제 자체는 종합적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특히 “장기적으로 개혁과제로 맞물려 있는 만큼 전체 세제개편은 특정세를 인하하는 것처럼 전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세제개편 방향=중산ㆍ서민층을 위한 공평과세와 기업경쟁력 향상을 위한 생산적인 세제를 강조했다.
세제개편은 특정 세목을 인하, 인상하는 것 보다는 전체 사회의 구조적인 복잡성을 단순화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특히 폭넓은 세원 발굴과 보유세 문제검토 입장을 밝혔다. 물론 종합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자영자의 소득 파악을 높이고 봉급생활자 등이 세부담에서 불공평하다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하면서 투기적 목적의 부동산 보유를 차단하는 등의 정책이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조세감면, 비과세 대상 등을 축소해 세제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기업투자세액공제 등 투자에 따른 혜택은 강화해 나가는 정책방향 설정이 예측된다.
◇경기대응 방법=“경제는 사실도 사실이지만 심리”라는 인식에서 정부의 다각적인 경기대응과 이를 홍보하는 방안의 극대화, 경제주체간 인식공유 및 공동대응,대(對)국민 정보공개 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장단기 문제에 관해 대통령과 재경부가 합의만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경제주체들이 자리를 함께 해 대화해야 한다”면서 “다투는 것 보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보완을 할 수 있도록 의견을 듣고 공동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시장, 기업, 국민 등이 유기적 연결구조를 갖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며, 결국 앞으로도 이날 경제5단체장과의 오찬간담회와 같은 현장대화를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노 대통령은 최근 경기상황과 관련해 “경기와 경제불안을 많이 얘기하는 데 재경부가 적절하게 발표해 주길 바란다.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세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관계=노 대통령은 “상호간 불신을 걷어내면 서로 이익을 내는 많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적극 주선하겠다”고 적극적인 중재역을 자임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은 상식과 원칙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겠다”면서 “이를 벗어나 무리하게 분쟁이 격화될 경우엔 법과 질서의 잣대로 풀어가겠다”고 `엄중대처`입장을 밝혔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새 정권의 노동정책에 의구심을 보내던 외국인투자자들이 이 대목을 환영하고 있다”며 “새 정부의 책임감과 안정감이 평가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