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철강 이렇게 처리하자(논쟁)

일순간에 부실덩어리로 변한 한보철강의 향방은 어떻게 될것인가. 일각에서는 국민기업화방안이 제기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제 3자인수가 경제적이라는 지적도 없지않다. 현재로선 5조원이 넘는 빚더미의 한보철강에 대한 위탁경영팀이 막 구성되고 실사작업이 시작된 만큼 어떤 방안이 효율적인지 확실치않는 게 사실이다. 과거 현대양행(현재 한국중공업)의 공기업화과정이나 산업합리화 과정에서 보듯이 대기업의 정리에 따른 절차나 과정은 많은 시행착오속에 엄청난 국민경제의 부담을 주어왔다. 과연 한보철강의 향후 방향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경제적부담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미리 점검해 본다.<편집자주>◎공기업화보다 제 3자 인수를/효율성 저하따른 사회적 부담 안되도록/인수자 피해보전위한 반대급부 없어야/공장완공 정상조업할만한 가치충분/남일충 KDI연구위원 새해 벽두부터 불어닥친 한보그룹 사태로 인하여 온 나라가 큰 혼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물론 어떻게 해서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가를 밝히고,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부실기업이 된 한보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부실기업과 관련된 제도를 정상화하는 첫 걸음이 될수 있다. 한보 사태의 정확한 진상과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한보의 처리에 관하여 법정관리, 제 삼자 인수, 산업합리화조치의 발등은 특혜를 제공하게 된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심지어 한보의 처리는 차기 정권에 맡겨야 한다는 해괴한 주장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제 삼자 인수나 산업합리화조치에 따르는 특혜가 무엇이며, 국민기업화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서 한보의 처리방향은 오리무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한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부실기업을 정상적으로 처리하는 제도를 갖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보의 처리방식은 한보사건에 국한하여 결정할 것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부실기업의 효율적이고 공정한 처리방식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부실기업의 처리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기업의 존속 문제이며, 둘째는 채권의 처리에 따른 채권자와 채무자(기존의 주주)와의 이해관계 조정이다. 필자는 지난 93년 이 두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을 제시한바 있는데 이를 한보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한보철강의 존속여부는 기투자된 금액, 기차입된 부채에 구애됨이 없이 공장 완공과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추가자금의 투자효율성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보철강의 완공과 정상화를 위해서는 2조원의 추가자금이 필요하다면 2조원을 투입하여 기업가치를 2조원 이상 높일 수 있는 경우 추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고, 반대의 경우 공사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한보의 경우 추가자금을 지원하여 공장을 완공하는데 따른 기업가치의 증가가 필요한 추가자금보다 크다고 보이며, 따라서 추가자금을 투입하여 공장을 완공하고 정상적인 조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완공과 정상적인 조업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한보에 대한 채권자와 채무자(한보의 기존주주)의 관계는 부채를 고려하지 않은(또는 부채를 포함한)기업가치의 총액과 부채 총액에 따라 다음과 같이 결정되어야 한다. 부채를 포함한 기업가치가 부채 총액에 미달하는 경우 한보의 기업가치 전액이 채권자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지만 이는 과거에 이루어진 잘못된 대출에 대한 비용으로 보아야 한다. 한보의 기업가치가 부채총액을 상회하는 경우 채권자들은 이자를 포함하여 채권 전액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가치와 부채의 처리가 이루어질 경우 특혜란 있을수가 없다. 제 삼자 인수 방식을 택하던 채권단에서 직접 경영하건, 또는 법정관리체제로 가던간에 위의 원칙을 지킬 경우 공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채를 포함한 한보의 기업가치가 5조원이며 부채 총액이 7조 원이라면 한보의 기업가치를 전부 차치하고 2조원의 손실을 보게된다. 만일 제3자에게 인수시킨다면 채권자들을 인수자에게 2조원의 부채를 탕감해 주는 조건으로 기업의 소유­경영권을 주게 된다. 즉, 인수자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2조원의 부채를 탕감받는 조건으로 5조원의 부채를 갖고 있는 한보를 인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전혀 특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기업의 가치는 인수자의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제삼자 인수를 경매방식을 통해 결정한다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가 인수할 것이고 이 경우 채권자들은 손실을 다소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게 된다. 한보의 뒷처리에 대하여 추가로 주의해야 할 점을 두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제3자 인수시 위의 원칙에 따르지 않고, 인수자에게 손해가 되는 조건으로 인수시키면서 다른 분야에서 특혜를 줌으로써 인수자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이미 과거에 일어난 금융사고의 수습을 위해 새로이 다른 분야에서 비효율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둘째, 만일 한보의 국민기업화가 공기업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공기업은 내부비효율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으며, 공기업의 영역은 이러한 비효율을 상회하는 사회적 이익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경우(공공재적 성격이 크거나 자연독점성이 강하고 경쟁도입이 불가능한 산업)에 국한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너무 많은 공기업을 가지고 있고, 이들의 비효율이 문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며, 민영화의 필요성이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력집중과 증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민영화가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공공재로 보기 어려운 철강을 생산하는 한보를 공기업화할 이유가 없으며, 한보의 공기업화는 장차 기업의 효율성을 저하시켜 사회적 부담만을 가중시키며, 민영화하기 어려운 공룡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필자의 견해로는 공기업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공기업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약력 ▲서울대상대 경제학과 ▲미미시간대경제학박사 ▲미 아리조나대 조교수 ◎완공여부 타당성 검토후에/포철에 위탁경영하며 정상화 모색해야 기존공장은 인프라지원 계속가동 필요/정치논리 아닌 경제·국익차원서 문제접근을/김인호 한양대 교수 한보철강에 대한 투자가 그동안 어떤 정치적 배경 속에서 이루어져 왔는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새삼 느끼는 것은 변칙에 의한 기업경영이 기업 자체적으로 얼마나 큰 파국을 가져오며,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얼마나 큰가 하는 점이다. 이 자리에서 한보철강과 관련한 정치적 판단은 차치한다. 경제적 관점과 국익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살펴보는게 좋을 것이다. 포항제철의 경영진을 축으로 한 위탁경영관리단이 구성되어 본격적으로 한보철강의 회생대책 내지는 경영정상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부실기업의 정상화, 그리고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분야를 되살리는 작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산업에 따라서, 기술에 따라서 사업의 성공요인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이다. 철강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 분야에 대한 대형투자는 다운스트림(압연)에서 시작하여 조업기술을 확립한 뒤 업스트림(제강·제련)으로 옮아가는게 상례다. 특히 신기술을 채택할 경우에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정도이다. 이것은 경영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며, 정상적인 경영자라면 당연히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보철강의 경우는 기술역량은 물론 자금과 인력, 경험 등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여러가지 요인이 전혀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운스트림과 업스트림에 동시에 투자를 하는 무모함이 저질러 졌고, 여기서 투자의 파행성이 초래됐다고 본다. 이런 회사를 되살리고, 정상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무엇보다 코렉스공업에 대한 상용화의 가능성은 있는 것인가, 기술적으로 가능성이 있더라도 경제적으로 유망한 것인지에 대한 평가가 심도있게, 그리고 가능한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철강산업에서 성공이란 중량·대용량의 물류처리를 위한 항만과 도로·용수·발전 등의 인프라 기반위에서 제선·제강·압연공정이 지니는 기술우위성과 저렴한 투자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코렉스 공장의 완공여부는 사업타당성 검토 후에 판단한다 하더라도 당진제철소는 당장 기존공장의 정상 가동을 위한 자금지원과 항만·도로·용수·발전 등의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인프라 가운데서도 공장 외부의 인프라(항만·도로·용수)에 대해서는 적정 규모와 투자시기 등에서 완급을 조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는 전적으로 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당진제철소의 정상가동을 위해 어느 정도 인프라 지원을 할 것인지는 한보철강 경영정상화의 핵심 관건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정부가 인프라 지원을 하기로 원칙적인 결정을 했으나 이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가 인프라 지원을 한다해도 예산확보나 공기 등에서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며, 이는 한보철강 자체의 정상화 여부에도 결정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공장만 완공해 가동할 수도 없거니와 생산된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음은 자명하다. 따라서 정부는 당진제철소의 정상화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한 정책의 초점을 인프라 지원에 맞추어야 할 것이다. 당진제철소의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국내 경제는 더욱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보철강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은 통상마찰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통상가능품목(중저급품)과 통상예상국(중국·동남아 등)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현 시점에서 한보철강의 경영정상화 노력과 관련하여 그 주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가적 관점에서 한보철강에 대한 경영정상화 노력은 공장건설 및 조업과 관련한 기술력의 부족을 포철의 기술역량과 풍부한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타개하자는데 있다. 포철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를 재산관리인과 사장으로 파견하고, 그를 통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대거 현지 경영자로 선임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위탁관리를 통해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는 방안 외에 다른 선택이 여의치 않을 뿐 더러 제 3자에 매각할 경우 인수의사가 있는 기업이 있더라도 포철과 같이 정상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보다 중요한 것은 이해당사자들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통해 국가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이다. 정부와 포철, 납품업체, 채권단, 수요자, 종업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단기의 이해에 얽매이기 보다는 정상화가 최선이라는 점을 인식, 이에 모든 에너지를 응집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약력 ▲서울대 상대 ▲한국과기연 선임연구원 ▲한국통신 경영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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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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