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부양 힘실어주기 '고육책'

향후 전망 갈수록 암울…심리적 효과 기재<br>환율·유가 하락으로 물가상승 압력도 줄어

경기부양 힘실어주기 '고육책' 향후 전망 갈수록 암울…심리적 효과 기재환율·유가 하락으로 물가상승 압력도 줄어 한국은행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리인하에 따른 내수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음에도 불구, 11일 또다시 금리인하를 전격 단행한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향후 전망이 어둡다는 반증이다. 재정경제부의 재정확대ㆍ감세정책에 이어 한은 역시 금리인하로 경기부양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승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소비와 설비투자ㆍ건설ㆍ내수 모두 침체상태이고 수출도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하향세가 경기를 지배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콜금리를 인하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도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유가가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는 상황이어서 한은이 '물가안정'의 의무를 저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유가와 환율이 하락해 한은에 결정적인 금리인하의 구실을 제공했다. 환율이 내리면 원유ㆍ원자재 등 수입제품 가격이 싸지기 때문에 물가상승 압력이 줄어든다. 박 총재는 "환율과 유가하락으로 물가압박이 완화됐고 지금은 물가보다 경기가 더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한은의 정책기준인 근원인플레이션율은 3.4%로 중기 물가안정목표 범위(2.5~3.5%) 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상태다. 그러나 박 총재는 "향후 유가는 과거보다는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안정목표를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금통위원들의 발언에도 경기악화에 대한 우려가 짙게 묻어나 있다. 이덕훈 위원은 "지방 기업인들을 만나봤더니 경제가 거의 붕괴될 듯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설비투자와 관련해 "소폭 살아나고는 있지만 당초 전망에는 못 미치고 있다(강문수 위원)"는 걱정 섞인 발언도 나왔다. 민간소비 역시 "더 나빠지기는 어렵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고 L자형으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이덕훈ㆍ김종창 위원)"는 분석이 있었다. 이날 모건스탠리가 "한국의 내수가 추가로 위축된다면 경기후퇴(리세션)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이 같은 한은 내 경제상황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모건스탠리의 샤론 램과 앤디 시에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경제 예기치 않은 추가하락 가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 2개월간 소매판매는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고 서비스 부문의 생산도 3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민간소비가 지속적으로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내수소비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은은 올해의 경우 5% 내외의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상반기가 더 문제라고 내다봤다. 박 총재는 "올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보다 낮고 내년 상반기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며 이번 콜금리 인하가 내년 상반기 경기둔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은 스스로도 인정했듯 콜금리 인하에 따른 내수부양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과거에는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때 제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0.66%포인트 상승했지만 최근 들어 기업의 차입금이 계속 줄어 지난해에는 0.27%포인트 상승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번 콜금리 0.25%포인트 하락에 따른 경상이익률 상승효과는 0.06%포인트에 불과한 셈이다. 또 8월 한은이 콜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후 은행대출 금리는 평균 0.22%포인트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지만 기업과 가계에 대한 은행대출이 제자리걸음 또는 감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하에 따른 실질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재경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정책과 맞물려 심리적인 호전효과는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다. 또 8월과 같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 미약하나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4-11-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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