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김종훈 "美놀라게 해줄 묘수 많이 있다"

'쇠고기 추가협상' 訪美 김종훈 본부장 인터뷰<br>구체적 방법은 협상전략상 공개 못해<br>광우병 우려 지나친 증폭이 가장 힘들어

쇠고기 함정에 빠진 이명박 정부의 구원투수로 김종훈(사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시 전면에 섰다. 13일 오전2시30분 방미를 불과 8시간 앞둔 그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모 방송사에서 장시간 토론 프로그램을 막 끝내고 나온 김 본부장의 얼굴에 의외로 생기가 감돌고 있었다. 기자가 “체력이나 정신적으로 대단한 것 같다”며 운을 떼자 김 본부장은 담배부터 꺼내 한 모금의 연기를 내뿜으며 푸념처럼 한 마디 던졌다. “힘듭니다. 정말….” 그래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되물었다. 김 본부장은 “미국과 협상은 어찌 해보겠는데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너무 증폭된 점이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방금 빠져나온 방송사를 한번 쓱 쳐다본 뒤 그는 “어떤 방송이 워낙 세게 화면을 돌려서…”라며 말을 맺지 못하고 연방 담뱃재만 떨었다. 직업외교관이지만 그는 잘 숨길 줄을 모른다. 돌려 말하지 않는 그의 ‘검투사’ 스타일이 어쩌면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정부를 살릴 카드인지도 모른다. 재협상의 효과를 만들어낼 묘수를 찾았느냐며 추가 협상의 전략을 묻자 김 본부장은 “미국에 보여줄 게 많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광화문과 서울시청을 메운 촛불집회 사진들을 보여줄 거냐고 슬쩍 떠보자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잠시 말이 끊기며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진 뒤 김 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을 좀 놀라게 해줘야 하는데 방법은 있지만 말은 못한다. 먼저 국내 언론에 보도되면 미국과 협상이 되지 않는다. 김을 뺄 수 없으니까 이해해달라.” 그는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 시절을 회고하며 “(미국 언론과 달리) 우리 언론만 워낙 열심히 하니까 우리 정보만 빠져나가 협상하기가 고약했다”는 말도 했다. 이날 오전11시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 본부장은 14일 오전5시(한국시간)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미 무역대표부(USTR)를 방문해 오전6시30분부터 수전 슈워브 대표와 추가 협상을 벌인다. 그는 “한 번에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데드라인을 얘기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협상내용 보안을 철저히 해 추가 협상 결과는 한국에 돌아와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안이니만큼 한국에서 직접 발표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는 것이다. 기자가 “미국 정부에 한국으로 오라고 해보지 그랬냐”고 묻자 그는 미소를 띠며 “촛불이 저런데 맨 정신으로 오겠냐”고 되받아쳤다. 김 본부장은 “요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USTR가 정신 없이 바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도 DDA를 챙겨야 하는데 쇠고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볼 겨를이 없다는 아쉬움도 피력했다. 오전3시. 차를 타고 출발하기 직전 김 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미 FTA 협상 때부터 2년 가까이 쇠고기가 중요한 문제였던 까닭에 국민들이 충분히 내용을 알고 이해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다. 쇠고기 문제에서 정부가 달라진 부분들을 제대로 설명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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