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뉴스 포커스]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 서두르지 마라

■ 28일 예비입찰 앞두고 논란 증폭

공적자금 회수 어느정도 충족

글로벌 무대서 경쟁 가능한 제대로 된 플레이어 만들어

금융산업 선진화 이루어내야



'KB+우리·신한+우리' 등 통해 '글로벌 톱50' 만들 청사진 필요

기업여신 글로벌 역량 이용해 지주사 내 투뱅크 체제 구축


웰스파고·JP모건처럼 키워야


우리금융 민영화의 마지막 퍼즐인 은행 매각 예비입찰이 오는 28일로 다가온 가운데, 소수지분(18%)을 제외한 경영권(30%) 지분매각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지방은행(경남·광주은행) 등을 모두 팔아 공적자금 회수라는 대의명분은 어느 정도 충족한 만큼 이제 우리은행을 매개체로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플레이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우리 금융산업의 선진화 작업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지배구조 문제로 혼란을 일으켰던 KB금융이 윤종규 회장 체제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있고 신한도 1∼2년 후면 충분한 자금여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통합을 시도해 '글로벌 톱50' 수준의 대형 금융회사를 만들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직 금융지주 회장은 13일 "우리금융 민영화의 가장 큰 목표였던 공적자금 회수의 원칙은 어느 정도 지킨 만큼 이젠 금융산업 발전방안을 근본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은행은 기업영업 부문에서 다른 은행이 따라갈 수 없는 장점을 가진 보석 같은 존재"라며 "1∼2년 부실을 더 정리한 뒤 소매에 강점을 지닌 다른 은행과 지주회사 아래 통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한국판 웰스파고(소매금융 중심)와 한국판 JP모건(대기업과 글로벌 금융·우리은행)을 동시에 거느린 '아시아 최대의 금융사'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기매각에 반대하는 이유는 △제한된 인수후보군 △금융산업 발전 △외교적 문제 등 크게 세 가지 줄기에서 나온다.

우선 인수후보군을 파악한 결과 현재까지 알려진 교보생명과 중국 안방보험의 경우 △지배구조 △은행산업의 경험 △자금동원력 △금융기술 등 여러 측면에서 결함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 안에서도 이 같은 문제들 때문에 무리해서 경영권 매각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확산되고 있다.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적자금 회수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원칙이지만 무리해서 우리은행을 매각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결코 쉽지 않았던 우리금융의 증권 계열사와 지방은행 계열사 매각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우리금융 민영화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며 "공적자금 조기 회수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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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드러난 인수후보군을 볼 때 지금까지 의지가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교보생명의 경우 개인이 대주주라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은행산업의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게 결함으로 지적된다. 지금동원력 역시 자력으로 끌어올 수 있는 현금은 1조3,000억원이며 나머지 2조원가량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최근 재무적투자자(FI)를 일부 끌어들이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으나 취약한 지분구조 또한 리스크 요인이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의 지분이 34%가량이고 나머지 상당수는 외국인 투자 지분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교보는 그간 사옥 건설과 상속세 대납 등으로 대주주 지분을 상당수 잃었고 현재는 외국인 우호지분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다"며 "지분구조가 복잡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점은 은행 경영권을 가지는 데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되는 중국 안방보험의 경우 실체 파악 조차 제대로 안된다. 자금력이 뛰어나고 중국 고위직들과 연결된 그룹이라는 것 외에 재무구조나 구체적 사업 범위 등도 알려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리은행을 해외에, 그것도 선진 금융 기법을 가진 해외 유수의 금융사가 아닌 중국계에게 넘기는 것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한 시중은행장은 "정부가 10여 년 넘게 소유했고 기업 금융 포지션이 큰 우리은행의 속성상 잠재된 부실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 들 중에서 우리은행을 제대로 경영할 후보군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자본이 엄청난 금액으로 베팅에 나섰는데, 뚜렷한 명분 없이 이를 막을 경우 중국 정부와의 외교적 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같은 인수 후보군에 대한 우려와 연계해 조기 매각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또 다른 논리는 국내 은행 산업의 변화 구도에서 나온다.

당장 우리은행 매각을 추진했던 연초와 비교해 봐도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일단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해 나락까지 추락했던 KB가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면서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윤종규 신임 회장이 작고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전 행장의 목표였던 '세계 50위 은행 진입'을 KB가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은행권에서 신한금융의 독주는 계속되고 KB와의 격차도 벌어지는 상황이다. 윤 회장의 KB가 확고한 리딩뱅크로 올라서기 위해 우리은행 매각이 이번에 무산된다면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해외 진출 확대를 추진하는 신한금융 등에게도 우리은행의 가진 장점은 결코 적지 않다. 우리은행은 하나+외환은행을 제외하고는 최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기업과의 관계금융 능력 역시 국내 최고 수준이다. 금융연구원도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설계하면서 매각에 실패할 경우 국제부문, 대기업부문, 소매금융 부문 등을 분할해 매각하는 방법을 차선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가진 능력을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나눠 흡수해 새로운 시너지 모형을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전직 금융지주 회장은 "대형지주사 내의 은행과 우리은행을 화학적으로 통합할 경우 전혀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지주사 내에 소매와 도매금융 등으로 특화된 '투뱅크'체제를 유지하고, 이를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면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금융회사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현실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우리은행 인수는 필연적으로 '메가뱅크' 논란을 재 점화시킬수 밖에 없고, 이는 국회와 여론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수시장 나눠 먹기 식의 국내 은행 산업 구도로는 금융산업이 결코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계의 중론이다.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우리금융을 매개체로 한 메가뱅크 논의를 다시 한번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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