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효율성으로 풀어본 ‘일상생활의 경제학’

팁과 서비스의 관계·990원짜리 가격표의 이유등<br>주변서 쉽게 접할수 있는 의문점 경제논리로 접근<br> ● 런치타임 경제학 (스티븐 랜즈버그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다 갑자기 하락하면 증시 분석가들은 투자자들의 이익 실현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설명을 풀어 놓는다. 그런가 하면 종합주가지수가 전고점에 접근하기 시작하면 저지선을 돌파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 일쑤다. 만약 이 저지선을 돌파하면 어떨까. 경천동지할 듯한 말투로 당분간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세운다. 상승세가 예측한대로 지속되지 못하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 이익 실현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과 이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신문 기사들은 빈약하기 그지 없는 일반 투자자들의 경제지식 허점을 교묘히 파고 든다. 이 같은 분석을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시선은 어떨까. 스티븐 랜즈버그 뉴욕 로체스터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주가가 낮을 때 주식을 많이 사라는 얘기도 경제학자 눈에는 속기 쉬운 함정일 뿐이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랜덤워크 이론에 따르면 미래에 비해 저평가된 주가란 없다. 삼성전자 주가는 50만원이든 30만원이든 상관없이 1만원 더 떨어질 가능성은 언제나 똑같다. 오히려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되려면 주가가 과거에 비해 낮은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비해 낮아야 한다. 카지노에서 현명한 도박꾼은 그 동안 돈을 많이 잃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많은 팁을 주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왜 대형 상점은 990원 등 의미 없어 보이는 잔돈을 가격표에 붙여 놓는지 시시콜콜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일반인의 경제적 몰상식을 일깨운다. 일상 생활에서 부딪히는 모든 경제적 문제는 합리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바탕으로 풀지 못할게 없다는 태도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많은 팁이 친절한 서비스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모든 손님이 보조원에게 5달러 팁을 주면 결국 보조원 임금은 5달러 하락하게 되고 친절한 접객 보조원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형 상점에서 가격표에 990원이란 잔돈이 붙은 이유는 현금 출납기 등장과 관련이 깊다. 종업원은 거스름돈 10원을 손님에게 주기 위해 현금 출납기를 열어야 하고 거래내용이 현금 출납기에 기록되기 때문에 종업원의 횡령은 예방된다. 차량 안전장치를 강화하면 교통 사고율이 줄어들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운전자가 안전장치를 믿고 무모한 행동을 할 공산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 실험한 결과 안정 규정을 강화했을 때 사망 운전자 수는 감소했지만 전체 사망 운전자 수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행자 사망이 늘었다. 또한 최고 경영자의 연봉이 높은 이유는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적 투자에 나서게 하는 유인책이다. 저자는 10년간 대학가 식당에서 경제학자ㆍ연구원ㆍ금융인들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가졌던 토론의 결과를 책으로 묶었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의문점을 경제 논리로 풀어나가는 접근법이 흥미진진하다. 재활용은 소중한 시간 자원을 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효율성의 관점에 오히려 종이컵 몇 개를 더 사용하더라도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며 환경주의에 반대하는 대목에서는 입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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