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정치인 '가벼운 입'과 증시

증시가 하락한다. 스캔들이 고개를 든다. 정치인들은 당황하고, 실수를 연발한다. 이 같은 순서는 금융 거품이 꺼질 때마다 되풀이된다.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기업의 불법행위를 덮어둘 정도로 고평가된 주식이 투자자들의 이익에 반한다 할지라도 앞의 두 요소가 건전하다면 뒤의 두 가지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스캔들은 정치인들이 미래에 자신의 신뢰성은 생각하지도 않고 시장가치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로 인해 정치인들은 망신을 당하기가 일쑤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난 22일 발언을 예로 들어보자. 부시 대통령이 보기에 미국증시는 너무 낮은 수준이었다. 그는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깨닫게 될 것이다. 즉 투자자들이 주식을 산다면 그들은 고평가된 주식이 아닌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앞으로 자신의 신뢰성에 흠이 될 것을 우려해서였을까. 부시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명백하고 당연한 말을 덧붙였다. "주식 가치가 제 평가를 받게 되면 주식시장은 다시 상승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부시보다 더 심하다. 지난 6월19일 그는 의회에서 자신 있게 말했다. "주식시장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5년 전에 비해 아직도 매우 높은 상태다." 틀렸다. 현재 영국증시는 97년 블레어 총리가 집권했을 때보다 15% 이상 떨어졌다. 블레어 총리의 이러한 자신감을 정당화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FTSE 100지수의 시가총액이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신주(新株) 발행이 증가한 결과로 웃음거리만 됐을 뿐이다. 가장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정치인에게 상을 준다면 미국의 폴 오닐 재무장관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는 지난해 9월17일 다우 지수가 12~18개월 내에 기록적인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몇몇 기록들이 깨지기는 했지만 오닐이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로 주가는 하락 신기록을 세웠다. 정치인들이 저지르는 또다른 실수는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잘못된 정책들이 연속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미국은 이 같은 덫으로 빠져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미 의회가 8월 휴회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업 개혁법안이 통과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미 상하 양원은 24일 이견을 보이던 기업 개혁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골자로 한 이 법안은 그 동기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너무 규제가 많고 융통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는 정책입안자들은 이러한 실수를 연발하는 대신 주가의 적정 수준에 대한 말을 아껴야 한다. 또 통화 및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활동을 개선시키는 것 외에는 즉각적인 행동을 제한해야 한다. 입법과 규제는 주식시장의 잘못된 점을 근절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겠지만 조심스럽게 착수돼야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 7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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