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취임 10돌 미 FRB 그린스펀 의장/장기호황 주도‘경제대통령’

◎닉슨때 행정부와 첫인연/“인플레없는 성장” 공로/레이건때부터 자리지켜최근 미국 월가에는 어떻게 하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을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한 칼럼니스트는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출현하면 아마 다우지수가 폭락할지도 모른다』는 가상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했다. 거의 연일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워낙 튼튼한 실물경제가 받치고 있기 때문에 급락사태를 예상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이같은 초호황 미국경제의 조타수인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71)이 11일 취임 10주년을 맞았다. 미국의「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그린스펀 의장의 업적은 화려하다. 25년내 최저치인 실업률, 연 5년동안 3%를 밑도는 인플레, 미국 역사상 최장의 호황기를 기록할지도 모를 성장사이클, 개도국에서나 있을 법한 5.7%(지난 1·4분기)의 성장등이 그가 보여준 성과다. 그가 의회 증언을 할때면 월가는 바짝 긴장한다. 미국의 통화·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그의 말 한마디에 주가와 달러화 환율이 춤을 추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60년대 공화당 소속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경제보좌관으로 임명되면서 행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역시 공화당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87년 8월11일 FRB의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그는 역시 공화당인 조지 부시 대통령 행정부를 거쳐 민주당 소속인 빌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FRB 의장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가 이처럼 장수를 누리고 있는 것은 인플레를 억제하면서 경제를 장기성장체제로 유도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임무를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으로 규정하는 그는 인플레이션 조짐을 한발 앞서 읽어내고 금리인상 등의 조치를 내놓는다. 그린스펀 의장은 전임자였던 폴 볼커의 강력한 인플레 억제 정책을 계승하고 있는 경제계의 「매파」로도 유명하다. 지난 12월 주가가 이상과열되어 있음을 시사했고 올들어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재임기간동안 주가가 3배 이상 치솟아 다우지수가 8천포인트를 넘고 있는 것은 그가 옳았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매파성향의 그는 지난 1년간 미국경제가 컴퓨터 등 첨단산업의 발달로 인해 인플레없는 고도성장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접어들었다며 실물경제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함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달 의회 중간보고서에 절반이 넘는 부분을 「인플레 없는 성장」시대를 주장하는데 할애, 인플레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주가 폭락 사태를 우려, 기회만 있으며 경기과열 시사발언을 한다. 그린스펀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미국의 강건한 실물경제가 운좋게 따라 주었으며 그린스펀의 역량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달러가치가 올라가면서 수입품 가격이 하락했으며 의료개혁으로 재정지출이 줄어든 것은 그의 업적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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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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