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의 핵심과제인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개선방향을 논의하는 `시장개혁 비전마련을 위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 제5차 회의가 오는 30일 열린다. 특히 이날 회의를 주관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태스크포스 위원에게 각자 구체적인 제도개선안을 내놓고 이를 협의하기로 해 5차회의부터 출자총액제한제도 개선의 윤곽이 일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9월말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한이 촉박하다”며 “5차회의에서는 각 위원에게 개선 방안을 제출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제외 및 예외조항축소와 `졸업제`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점차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앞서 지주회사제와 기업결합심사제 등에 비핵심 과제에 대해서는 태스크포스회의를 통해 제도개선안을 제시했다.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 범위축소=공정위는 지난 2001년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대폭 늘린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조항을 줄여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적용제외4개와 예외인정15개 등 19개조항이 그대로 남아있는 한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1일 현재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는 12개재벌의 출자총액 32조9,000억원 가운데 50.8%인 16조7,000억원이 적용제외되거나 예외인정을 받았다.
핵심쟁점은 5개 주요 분야 출자에 대한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여부. 동종업종 출자(9조8,000억원)ㆍSOC법인 출자(1조1,000억원)ㆍ공기업 민영화출자(1조1,000억원)ㆍ구조조정 출자(2조2,000억원)ㆍ외국인투자기업 출자(2조2,000억원)등 5개분야의 출자가 전체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대상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5개분야의 출자를 지금처럼 `사각지대`로 남겨두는 한 순환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막기 어렵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여기에는 시민단체와 학계도 공정위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와 산자부는 이들 5개분야의 출자는 재계의 투자수요가 몰린다는 증거기 때문에 투자활성화 차원에서 계속 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실제 출자하는 않았던 일부 조항들은 폐지해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데는 입장이 같다.
재계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원칙으로 하되 만약 폐지가 어렵다면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한편 시한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분사기업출자와 부실기업채무재조정을 위한 출자 등 8개의 구조조정용 출자에 대한 예외인정은 지난 3월말로 시한이 끝났다.
◇부채비율 100%미만 기업에 대한 졸업제=공정거래법은 결합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100%미만이면 출자총액제한에서 완전히 벗어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졸업제도도 태스크포스 회의 안건으로 올라가지만 공정위가 이미 새로운 제도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존폐 여부를 둘러싸고 격론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부채비율이 낮더라도 재벌총수가 극히 적은 자본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졸업제를 `대리인 비용지표제`로 대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오너의 투자한 자금보다 높은 수준의 기업지배력(의결권)을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에는 부채비율과 관계없이 출자총액제한 대상에 남게 된다.
재계는 새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졸업제 유지를 요구하고 있으며 재경부와 산자부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특히 졸업제 폐지가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앞으로의 일정은=출자총액제한제도 개선방안은 앞으로 1~2차례 회의를 가진 뒤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태스크포스 회의에 참여하는 이의영 군산대 교수는 “출자총액문제는 지난 16일의 4차회의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지만 4차회의 때부터 재계와 공정위의 견해차가 워낙 심했다”며 “앞으로 1~2차례 회의를 더 해야 윤곽이 잡힐 것 같다”고 예상했다.
<권구찬기자,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