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수사] 한화그룹 표정
당혹속 대규모 변호인단 구성등 분주그룹이미지 실추·경영차질 최소화에 주력"술집 종업원 주장만 일방적 보도" 불만도
이규진 기자 sky@sed.co.kr
한화그룹은 경찰이 김승연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기업 이미지 실추 등 경영에 미칠 여파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힘든 하루를 보냈다.
‘근로자의 날’인 1일 오전 서울 을지로 장교동 한화 사옥에는 외부인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한 후 출입을 허가하는 등 엄격한 통제가 이뤄졌다. 건물 안팎의 경비업체 직원들은 삼엄한 경비를 펼치며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비,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폭행사건이 글로벌 경영과 기업 이미지에 주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력을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아침 일찍부터 전원 출근한 부속실과 법무실ㆍ홍보팀 임직원들은 경찰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특히 오전11시부터는 김 회장의 가회동 자택 압수수색에 맞춰 십수명의 직원들이 가회동으로 급파됐다.
일부 임직원들은 경찰이 필요 이상의 반응(압수수색)을 보인다고 비판하며 ‘봐주기 수사’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타냈다. 한 직원은 “사건 발생 50여일이 지났는데 굳이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국민의 시선을 의식한 요식행위”라며 “경찰은 면피성 수사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 때문에 한화그룹의 이미지만 더욱 나빠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재계에서도 “경찰이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는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폭행사건을 수사하면서 재계 순위 10위(공기업 제외)의 대기업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겠다는 것은 기업에는 치명타를 입히는 셈”이라며 “외국 언론들이 이 같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할 텐데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일단 경찰의 압수수색 등 진척사항을 차분히 지켜본 뒤 법무실을 중심으로 법적 대응을 해나간다는 입장이다. 그룹은 이미 부사장급인 채정석 법무실장(사시 23회) 등 법무실 변호사 10명과 함께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오세헌(48ㆍ사시 24회) 변호사와 조준형(47ㆍ사시 29회) 변호사 등으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렸다.
특히 폭행 정황을 놓고 이해당사자간의 의견이 첨예하고 대립되는 상황에서 술집 종업원들의 주장이 여과 없이 일방적으로 보도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폭행을 먼저 한 쪽은 술집 종업원들”이라며 “진실을 법정에서 가려야지 수사내용을 흘려 인민재판식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룹 경영에 대한 영향도 최소화하기 위해 점검 또 점검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룹 관계자는 “금춘수 부사장(경영기획실장) 등을 비롯해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단이 주축이 돼 경영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 때문에 기업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비상경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한화그룹은 한화석유화학의 중동진출뿐 아니라 금융업의 해외진출 등 글로벌 사업을 예정대로 강하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오는 2011년까지 총 매출의 40%를 해외사업에서 벌어들이기로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해 각 계열사가 주요 해외사업을 발굴, 본격적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한화의 글로벌 전략이 이번 사건으로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보고 사법당국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해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입력시간 : 2007/05/01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