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18일] <1373> 초대형 해운사 IMM

1902년 4월18일, 런던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미국의 금융재벌 JP모건이 5개 영ㆍ미 해운업체를 통합하는 초대형 합병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의 철도와 철강회사를 지배해온 모건그룹이 영국의 아성인 해운까지 넘본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락하고 언론은 난리법석을 떨었다. ‘크로니컬’지는 ‘문명세계의 상거래에 대한 저주’라는 기사를 실었다.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모건이 독일 해운업체들과 비밀제휴 협정을 맺었다는 소식이 공개되면서 안보위기론까지 일었다. 선박이 모자라면 유사시 식민지 곳곳에 내보낼 병력수송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런던의 대응책은 국적선사 집중지원. 가상적국인 독일의 신형 여객선들이 속도 신기록을 거듭 갱신하는 것도 모자라 미국자본과 제휴하는 마당에 가릴 게 없었던 영국은 국적선사인 커나드라인에 250만파운드가 넘는 보조금을 뿌렸다. 영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진수된 루시타니아호와 모레타이나호 등장에 대한 IMM의 대응책은 더 크고 빠른 초호화판 여객선 타이타닉호. 처녀항해에 나선 타이타닉호가 빙산지역을 최고 속도로 달리다 사상 최악의 해난사고를 당해 침몰한 데도 해운사 간의 치열한 경쟁이 깔려 있다. 타이타닉 사건은 철도와 해운을 연결하는 국제운송망을 지배하려던 모건의 야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1차 대전 중 군대와 물자 수송 수요로 반짝 호황을 누렸을 뿐 IMM은 누적적자를 견디다 못해 1932년 해산되며 모건그룹에 최초의 패배를 안겼다. 107년 전의 공룡 해운사 IMM의 탄생과 말로는 오늘날의 관점으로도 예사롭지 않다. 세계를 흔들던 미국 금융자본이 촉발한 글로벌 경제위기와 IMM의 생성ㆍ종말 과정이 닮은꼴이다. 탐욕의 종말만큼은 이전과 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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