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해외로드쇼·탐방 줄줄이 취소… 자본시장 '글로벌 낙오' 우려

메르스 한달 증권가도 비상등

금투협 회장단 中방문 무기 연기

일본 기업 서울 주총도 도쿄에서 국제 불안감 커지며 행사 올스톱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글로벌 비즈니스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해외에서 열리기로 예정됐던 로드쇼를 비롯해 해외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의 한국 방문 등이 잇달아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것.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허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메르스 여파로 해외 비즈니스가 장기적으로 지장을 받을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우려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로 예정됐던 금융투자협회 회장단 중국 시장 탐방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황영기 회장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003540) 등 국내 13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중국 시장의 현 상황을 점검하고 하반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강퉁(선전거래소와 홍콩 간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제도) 준비 작업 등을 확인하겠다는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협회에 행사를 그대로 진행할 것이냐는 문의가 왔다"며 "내부적인 검토 끝에 굳이 이 시점에 중국 방문을 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VIP고객을 초청해 중국 현지 기업 등을 탐방하는 행사를 기획했지만 중국으로부터 통관절차가 까다로울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후 연기하기로 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중국 후강퉁 거래 고객들을 초청해 중국기업을 탐방해왔지만 이달 들어서는 관련 행사를 아예 잡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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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롱쇼트ELB로 알려진 ARS의 상품설명회를 열었지만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설명회를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범중화권의 경우 사스(SARS)로 피해가 컸던 만큼 메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해당 국가에서 입국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코스닥 상장사인 일본기업 SBI액시즈(950110)는 23일 열리기로 한 주주총회 장소를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서울 여의도에서 일본 도쿄로 급하게 바꿨다.

마케팅과 영업을 위한 해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한국 방문도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방한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어 관련 상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운용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업무 파트너인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라샬(Lasalle Investment management)로부터 본래 예정됐던 지난 16~17일 이틀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라샬 위탁판매사인 한화자산운용에 신상품 소개를 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뱅크론펀드를 운용 중인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11일 뱅크론펀드 매니저를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메르스 때문에 9월로 행사를 미뤘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이 9월로 예상되고 있어 하반기 직전 달인 6월을 마케팅 최적기로 판단했다"며 "하지만 메르스로 불가피하게 일정이 미뤄져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도 22일 전략분석 매니저를 초청해 국내 법인을 대상으로 투자전략을 설명할 예정이지만 방한 여부가 불투명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찌라시'를 통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증권사 직원이 나왔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나돌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해외 관련 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어 장기화할 경우 기회손실에 따른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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