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인터뷰] `위기탈출 패러독스' 김병진 대림엔지니어링 회장

『막상 내가 쓴 책을 차례만 훑어보니 좀 황당한 느낌이 듭디다. 「사람을 믿지 말라」 「요행에 의지하라」 「일단 벌이고 보라」에 이르기까지, 어떤 면에서는 평소의 내 생활 신조와는 정반대되는 이야기가 될 수 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나는 그렇게 모든 것들을 한번 뒤집어봄으로써,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오히려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진리의 편린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지난 77년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그룹회장에 선임되어 재계의 화제를 모았던 김병진(67) 대림엔지니어링 회장이 책을 한 권 펴냈다. 「위기탈출 패러독스」(명진출판 펴냄)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김병진 회장은 기업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기업 또는 개인이 살아나을 수 있는 지혜를 전해준다. 『처음에는 직원들에게 변화하는 기업환경과 직장환경을 제대로 전해주기 위해서 이 책의 집필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경험담이 주요한 내용이 되고, 때문에 일종의 회고록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김 회장 개인의 경험이 가득하다. 물론 그것은 신세대 직장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보석같은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사람을 믿지 말라」라는 코너에서 이런 예를 들었다. 태국의 잘 나가던 TPI사의 프라차이 회장이 정유회사를 하나 차리려고 마음 먹었다. 프라차이 회장과 버클래대 동창인 김 회장은 태국 회사와 쿠웨이트 정유회사와 합작을 주선하기 위해 낯을 밤 삼아 뛰었다. 물론 30만 배럴 짜리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두 회사가 협상 과정에서 티격태격하더니 이를 눈치챈 다른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벌떼처럼 덤벼들었고, 그 와중에 규모도 15만 배럴짜리로 뚝 떨어진데다, 그것도 다른 회사로 넘어가버렸다. 두 회사의 합작건을 성사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김 회장의 낙담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이 일을 겪으면서 「사람을 믿으면 안된다」는 내 신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나 모르게 다른 엔지니어링 회사를 끌어들여 일을 빼돌린 프라차이 회장에 대해 일말의 배신감이 느껴지는 것이야 할수 없지만, 나는 지금도 그 양반의 인간성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은 모두 나름대로의 사정에 휘말릴 수 있는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김 회장의 「위기탈출 패러독스」는 결국 경영현장에서 몸으로 배운 진리이다. 가령 저자는 일단 일을 벌이고 보라고 강조한다. 제아무리 치밀하게 준비하고 계획한다고 해도 100% 완벽할수는 없다. 결정적인 찬스를 노리다 슈팅 한 번 못 해보는 한국 축구의 고질병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얘기다. 하다 보면 안 될 수도 있지만, 시도조차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또 「요행에 의지하라」 「1등 하려고 애쓰지 말라」등 우리가 흔히 알고 지내던 성공의 금언들에 일침을 가한다. 유연하면서도 돌파력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이다. 김 회장은 집필의 변을 다시 한번 이렇게 밝혔다. 『요즘 지식경영이 강조되고 있는데, 내 책 역시 지식경영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 사람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지식경영의 지름길이라고 봅니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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