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월요초대석] 김영환 현대전자 사장

『통합반도체 회사의 경영목표는 주주·고객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세계 반도체시장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의 우량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현대는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강화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결하는 한편 수익성을 높이고 경영투명성을 정착시키는데 주력할 것입니다』최근 LG반도체를 인수, 반도체 통합협상을 마무리한 현대전자 김영환(金榮煥) 사장은 통합시너지 효과를 연구개발분야에서 창출하고 양사의 기존 제품이나 생산기술중 보다 나은 것을 선택해 제품의 질이나 생산비용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경영 포부를 밝혔다. 金 사장은 『최근 세계 반도체시장은 투자규모가 커지고 기술발전과 라이프사이클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연구개발을 소홀히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통합회사는 이같은 측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 국내 반도체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金사장을 만나 통합반도체 회사의 비전과 경영전략을 들어봤다. _우여곡절끝에 주식양수도 계약이 마무리됐습니다. 협상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습니까. 서로 기업가치에대한 견해차이가 컸던 것이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자주 만나 상호 반도체 산업에대한 애정을 재인식하고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_통합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 적정한 투자시기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현대나 LG 모두 빅딜협상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계속해왔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타이밍을 잃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협상기간이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지면서 LG의 고객이탈이 많았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_이제는 모든 앙금을 씻어버리고 통합법인 설립을 위한 발걸음을 빨리 해야 할 시점입니다. 향후 통합법인의 설립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독과점시비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당국으로부터 사전승인을 얻은후 6월말쯤 경영권을 인수할 예정입니다. 통합법인이 출범할 때까지는 LG반도체를 독자운영하고 4·4분기쯤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_통합법인의 향후 경영계획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습니까. 현대전자와 LG반도체를 단순히 양적으로 합하면 세계 1위가 되지만 통합법인이 세계 1위의 메모리반도체 회사라는 인식은 적은 편인데요. 연구개발력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결해 세계 유수의 반도체회사로서 손색이 없는 제품 경쟁력을 갖출 것입니다. 또 브랜드 이미지와 영업력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경영시스템 구축을 위해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할 것입니다. _반도체 통합법인은 외형은 물론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세계 반도체업계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반도체 법인의 현재와 미래상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현재 세계 D램시장은 소규모 일본업체들의 퇴출과 마이크론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현대와 LG반도체의 통합으로 상징되는 산업재편 과정에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D램업계는 4~5개의 선두업체와 몇몇 대만업체들로 구성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선도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때 통합법인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환경변화에서 중심에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_통합법인의 출범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통합을 가로막는 요인들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문제뿐 아니라 두 회사의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등 많은 문제가 남아 있는데 어떤 대책을 세우고 계신지요. 협상과정에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LG반도체 직원은 100% 고용승계할 것이며 정상적인 경영환경에서의 인위적인 인력구조조정은 없을 것입니다. 또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LG 직원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은 물론 현대 직원들에 대한 역차별이 있어서도 안된다는 것이 통합사의 확고한 고용관련 원칙입니다. 현대와 LG의 기업문화가 다르다고 하지만 유사한 점도 많기 때문에 양사의 장점을 살리고 문제점들을 과감히 시정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_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생산구조가 다른점 등을 들어 통합법인의 시너지 효과가 현대가 기대하고 있는 것보다 적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생산장비와 공정이 상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나 공정은 일정한 틀을 벗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양사의 생산라인이 다르다는 다양성 때문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_연내에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추고 통합법인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강도높은 자구계획이 뒤따라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전자의 자구계획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현대는 이미 지난해 해외자산 매각 및 전화사채 발행 등으로 21억6,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했습니다. 올들어서도 칩팩사 매각, 해외전화사채 발행 등을 통해 9억2,000만달러를 유치했습니다. 또 유상증자와 비반도체사업부문 매각 등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계획들이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어 부채비율 200% 이하로 개선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_이와 관련해 통합법인의 12조원규모 부채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요. 채권단에서 도와주시면 고맙겠지만 기대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외환은행에 제출한 재무구조약정에도 대출금 출자전환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_지난해부터 반도체 경기가 다소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생각만큼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지요. 대만 업체들의 덤핑공세 등으로 인해 2·4분기들어 D램가격이 1·4분기에 비해 다소 하락하고 있지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닙니다. 하반기부터는 지난 3년간에 걸친 D램시장의 불황으로 각 업체들의 시설투자가 감소한 결과가 반영돼 수급의 안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올해 D램시장은 지난해보다 50%가량 늘어난 21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2000~2001년에는 오히려 공급부족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_대만 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 업체들의 움직임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대만 업체들의 기술수준은 우리보다 10년정도 뒤떨어져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업체들도 대만 업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기술을 무조건 이양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향후 몇년간은 위협적인 수준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_지속적인 성장과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56메가D램의 양산과 1기가D램의 개발은 물론 비메모리 분야의 육성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전자는 이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현대는 지난 96년 256메가 싱크로너스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97년에는 1기가D램의 개발을 완료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황입니다. 또 향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구분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복합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투자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_반도체 빅딜로 최근 수출효자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TFT_LCD(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에 대한 투자가 경쟁업체에 비해 미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 사업을 외국업체에게 매각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는데 어떻게 처리하실 계획인지요. TFT_LCD를 포함한 반도체이외의 사업부문은 잠정적으로 별도법인으로 분리, 운영할 계획입니다. 관련법규가 허용되는 범위내에서 분할상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나 분할비율이나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된 것이 없습니다. _반도체산업협회장의 입장에서 국내 반도체산업의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말씀은 없는지요. 국내업체간의 아전인수식 싸움이 없어져야 합니다. 최근 LG의 고급인력을 국내 경쟁업체가 스카웃해 간 것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 현대와 LG의 빅딜이 중복·과잉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경쟁사의 투자를 방치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일정기준을 만들어 투자를 규제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서로가 힘을 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리=고진갑 기자 GO@SED.CO.KR 사진=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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