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3월 2일] 교육, 확 뜯어 고칠 수 없나

희망을 제시해야 할 '교육' 문제가 각종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서울 교육'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폭발하는 화약고를 연상케 한다. 장학사 자리가 돈으로 거래되는가 하면 방과후 학교 위탁업체 선정을 놓고 뇌물을 받은 초등학교 교장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자율형사립고는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을 기초생활수급자 등 대신 성적 우수자를 확보하기 위해 편법 적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빵'으로 불리는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졸업생들이 알몸 졸업식 이벤트를 동영상에 올린 것도 충격적이다. 학연·지연 인사관행 바뀌어야 이쯤 되면 우리 교육은 물불 가리지 않고 불구덩이로 달려가는 폭주족 자동차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교육을 이처럼 막장으로 몰아간데는 학연과 지연의 폐쇄적 인사관행을 자행해 온 교육청과 점수경쟁이라는 실적주의 교육정책이 한 몫 거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교육청' 인사는 오래 전부터 교육감 중심의 지연ㆍ학연이 작용해 왔다. 오죽하면 '특정지역 출신으로 S교대나 S사대 출신이면 성골이요, 둘 중 하나에 해당되면 진골'이란 현대판 골품제 얘기마저 나돌겠는가. 교육청 내부에 쌓인 비리들이 지연과 학연으로 뭉친 끈끈한 보호막 속에 작동돼온 것이다. 마침내 대통령이 직접 교육 문제를 챙기겠다고 나섰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대통령이 경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육임을 깨달은 것일까. 기왕에 대통령이 나섰으니 교육비리 척결 뿐만 아니라 국민적 여망인 잘못된 교육, 오염된 교육, 온갖 개혁에 지쳐 피로해진 교육을 다잡아줬으면 좋겠다. 중병에 걸린 대한민국의 교육이 외과적 시술만으로는 치유될 것 같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경쟁을 통한 서열화, 지식중심의 학력경쟁, 개인의 능력보다는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사교육 잡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우는 정부라면 지식교육에 앞서 황폐화하는 인성을 되살리기 위한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요즘 학교교육의 일탈행위가 위험수위를 넘어서면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식교육에 앞서 기초예절ㆍ질서, 남에 대한 배려, 사랑과 나눔, 감사하는 마음 등 소중한 가치들이 강조되고 실천돼야 함에도 인성교육은 한낱 교과서에 담긴 지식으로만 전해질 뿐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약자가 탓을 때 취해야 할 올바른 행동은?' ①못본채 창밖을 내다본다 ②눈을 감고 자는 척 한다 ③자리를 양보한다 ④아픈 척 엄살을 핀다. 우리네 학생들은 쉽사리 옳은 답을 골라 동그라미를 치지만 정작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학생들을 찾아보기란 흔치 않다. 교육이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국가의 교육정책이 경쟁을 부추기고 시험성적을 끌어올리기에 여념이 없는데,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이 어떻게 인성교육에 관심을 갖겠는가. 여야 구분 없이 과감한 메스를 교육정책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지도자들이 임기 안에 끝장내겠다는 성과주의에 사로잡힌 욕심을 버려야 한다. 교육의 중심에 감동적인 지도자는 찾기 어렵고 일류 학벌과 권력실세로 무장한 인물들이 난무하는 것도 문제다. 교육을 해방시켜 생명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교육에 여당와 야당이 어디 있고, 진보와 보수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교육은 교육일 뿐이고 좌우로 치우침 없이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할 수 있어야 한다. 과감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교육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