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기로에 선 그린손해보험의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주력인 건설ㆍ레저에서 금융으로 몸통을 확장하고 있는 신안그룹을 비롯해 독일계보험사인 알리안츠생명, 금융지주회사 출범으로 보험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농협보험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그린손해보험의 인수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인수 후보자는 그린손해보험의 경영개선계획안에 포함된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비롯해 유상증자와는 별개로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방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금융감독 당국 등과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2일 경영평가위원회를 열어 이영두 그린손보 회장이 마련한 경영회생 방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간다.
◇윤곽 드러난 인수 후보=이 회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유상증자와 M&A는 연계될 수도, 독자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며 "다만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기존 주주 위주"라고 말했다. 유상증자가 그가 애초에 마련한 시나리오와 달리 최대주주가 바뀌는 M&A와 연계될 가능성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달리 보면 온갖 설로만 떠돌았던 인수 후보군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가 됐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인수 의향을 가진 후보군들이 신빙성 있는 루트를 통해 하나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 당국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곳은 신안그룹ㆍ알리안츠생명ㆍ농협보험 등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신안그룹이 그린손보와 800억원 양해각서(MOU)를 맺었다는 루머가 나돌았지만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알리안츠생명은 이전에도 에르고다음다이렉트와 인수 협상을 벌인 적이 있고 농협생명은 자천타천으로 현재 매물로 나온 중소보험사의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돼온 데 비해 신안그룹은 의외의 후보다. 하지만 신안그룹은 이미 저축은행과 캐피털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최근에는 바로투자증권까지 인수하며 금융 부문에서 왕성한 확장 욕구를 과시해왔다.
지명도에서 밀릴 뿐 보험업 진출에 대한 의지는 약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아직 얘기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언급, 협상이 구체화하기에는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임을 내비쳤다. 다만 임박한 유상증자 등 그린손보의 경영개선계획과 맞물리면서 인수 협상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여러 후보들을 놓고 동시다발로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며 "2일 열리는 경평위에서 이 문제를 포함한 경영개선계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매각 등 이달 결판날 듯=금융감독 당국에서는 그린손보의 자체적인 증자 여력을 회의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회장이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는 것과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으로 신안그룹 등 인수 희망 업체들이 증자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린손보는 지난달 27일 유상증자(증자참여 확약서 포함), 경영권 및 본사 사옥 매각 등을 골자로 한 경영개선방안을 금감원에 제출했지만 지급여력비율을 150%까지 높이라는 요구를 받고 이에 응해 지난달 29일 다시 경영개선방안을 수정해 냈다. 600억원의 증자가 성공하면 그린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1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금융감독 당국의 경영개선계획 승인 여부는 이달 내 결정되고 증자 납입일도 이에 맞춰 기존 16일에서 이달 말쯤으로 미뤄지게 된다. 이런 로드맵에 따라 3월 말이면 그린손보 회생의 청사진이 실루엣을 완전히 벗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 회장은 금융감독 당국의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오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했으며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