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계획대로 국민주택 규모가 변경될 경우 청약제도는 물론 택지공급제도 등 관련된 시스템 전반의 대수술이 잇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관련 규정은 정부가 정한 국민주택 규모를 기준으로 조건과 혜택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민주택 규모 변경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일각에서는 시장의 자율성 확보 차원에서 국민주택 규모 개념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국민주택 규모가 바뀌면 택지공급제도 역시 개편돼야 한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도시 등 택지지구에서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를 60㎡ 이하의 소형 아파트 택지와 60~85㎡의 중소형 아파트 택지, 85㎡ 초과의 중대형 아파트 택지로 나눠 공급하고 있다. 택지 공급에서부터 주택 규모를 정해놓음으로써 규모별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는 셈이다. LH 관계자는 "60㎡와 85㎡는 모두 국민주택에서 나온 기준"이라며 "국민주택 규모가 달라지면 택지공급지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약통장을 비롯한 청약제도도 국민주택 규모와 깊게 관련돼 있다. 민영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은 85㎡ 이하, 85~102㎡, 102~135㎡, 135㎡ 초과로 나눠 예금액을 정해놓았고 청약부금 역시 85㎡ 이하 민영주택에만 청약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국민주택 규모를 변경할 경우 이런 청약통장의 면적별 구분이 합리적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민주택 규모를 변경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변수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에 앞서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선언적으로 국민주택 규모를 변경하겠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관련 제도가 바뀔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국민주택이라는 개념이 주거복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변경된 주택 규모가 서민과 무주택자들에게 알맞은 규모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거친 후 이와 관련한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바꿀 필요성이 있다면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한 뒤 바꿔야 한다"며 "당장 바꾼다고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시장 일각에서는 아예 국민주택 규모라는 개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민주택 규모를 굳이 정해놓고 이에 해당하면 부가세를 면제하거나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대출 등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은 "굳이 국민주택 규모라는 기준을 세워놓고 민간시장에까지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오히려 1인당 주거면적을 바탕으로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