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뉴스 포커스] 정권말 경제정책 식물화 위기

정치권 선심성 예산공세… 정부는 운신폭 좁아<br>내년 총·대선 앞두고 경기부양 유혹 불구<br>재정·금리·환율 등 정책수단 꽁꽁 묶여


정권 말이 될 때마다 경제정책은 시험대에 섰다. 정치권은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경기부양의 유혹에 빠진다. 이른바 '인위적 경기부양'이다.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가 그랬다. 당시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뒀다. 월드컵에 이어 길거리 신용카드 발급이 무더기로 이뤄지면서 소비가 활성화됐다. 덕분에 당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를 넘는 기적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당시 여당은 정권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정부가 또 한번의 시험대에 올랐다. 선거가 목전에 와 있는데 경제성장률이 3% 초반에 그칠 게 뻔하고 유럽발 재정위기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경제정책에 또 한번의 부양 요구가 절실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로서는 정권 말 경기부양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 경제정책은 '식물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도 국가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해 경제활력을 되찾을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내심 공감하고 있다. 다만 현재 정치권이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선심성 예산 따먹기 경쟁에 돌입했다는 점이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정부마저 보수적인 거시정책 기조를 지키지 않으면 정치권의 예산증액 공세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막상 재정을 펼칠 수 있는 여력도 크지 않다. 통화ㆍ외환당국이 금리정책이나 환율대응을 보다 신축적 하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제약이 만만치 않다. 경기를 살리려고 금리를 낮췄다가는 대출수요를 촉발해 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오히려 더 키울 수 있고 수출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고환율(원화가치 절하)을 용인할 경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자본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정부로서는 재정ㆍ금리ㆍ환율 등 주요 거시적 정책 분야 모두에서 손발이 묶여 식물화된 형국이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딜레마가 정권 말의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김대중 정권의 인위적 경기부양이 이후 노무현 정권에서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 것처럼 부작용을 낳거나 아니면 역으로 정책여력이 없어 부양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전효찬 삼성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권 말기를 맞으면 경제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기는 쉽지 않다"며 "과거 외환위기 때도 YS(김영삼 대통령) 정권 말이었는데 당시에도 정부의 힘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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